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수년 만에 본업에서 빛을 보게 됐다. 메타가 새로 출시한 텍스트 기반 소셜미디어인 스레드(Threads)의 이용자가 출시 4일 만에 1억명에 육박하면서 저커버그 역시 재평가 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 정보기술(IT) 매체인 서치엔진저널에 따르면 스레드가 확보한 신규 가입자는 총 9700만명을 넘어섰다. 이르면 이날 중으로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끈 오픈AI의 챗GPT가 누적 가입자 1억명에 도달하기까지 두 달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속도다. 짧은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인 틱톡의 경우 출시 9달 만에 가입자 1억명에 도달한 바 있다.
저커버그의 추락과 기회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2000년대 중반 이후 10년 이상은 소셜미디어의 시대였다. 저커버그는 2005년 처음 페이스북의 전신인 ‘더페이스북’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트위터를 창업한 잭 도시와 함께 소셜미디어의 아버지로 불렸다.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함께 운영하면서 30억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을 확보했다. ㅇ위기는 창업 10년 이후부터 시작됐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것을 묵인했다는 이슈가 스캔들로 번졌고 잇따라 미 정부와 의회의 ‘소셜미디어 때리기’ 행보가 이어지면서 저커버그의 이미지는 끝 없이 추락했다. 툭하면 저커버그는 청문회 사진과 함께 로봇이라는 밈으로 소비됐다. 이 기간 이용자들 역시 온라인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는 데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인 틱톡 외에는 충성 이용자가 빠르게 사라졌다. 특히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등 사생활 침해 이슈로 소셜미디어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수한 뒤 잇따라 트위터가 혼란을 겪자 분개한 이용자들을 상대로 저커버그가 ‘타도 트위터’를 외치며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이용자들 역시 빠르게 호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때 누구도 가능하리라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실리콘밸리에서 저커버그의 매력을 되살린 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현재의 호응이 상당 부분 머스크에 대한 반감으로 인한 반작용이라는 설명이다. 소셜미디어에 자주 쓰이는 해시태그 기능을 개발해 이름을 날린 크리스 메시나는 스레드 개인 계정을 통해 “트위터는 더이상 공공의 공론장이 아니다”라며 “일론 머스크는 개인 놀이터를 짓고 여기에 입장료를 부과하고 사람들을 차등 접근할 수 있도록 변질시켰다”고 말했다. 뉴스레터 서비스 서브스택의 인플루언서인 에릭 뉴커머는 “오랜만에 저커버그가 이미지를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적의 적은 친구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고 머스크가 ‘좋은 것’에 대한 기준을 크게 낮춰놓은 것이 한몫 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머스크에 대한 반사작용으로서의 기회를 저커버그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가느냐다. 트위터의 위기를 기회 삼아 시작했지만 공론장으로서의 플랫폼 기능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개인 정보 보호와 콘텐츠 검열 등 이슈에 있어 이용자들의 가려운 곳을 확실히 긁어주는 게 관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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