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지 오래됐다고 해서 사람들이 써주지 않아요. 노력하지 않으면 언젠간 사라집니다."
한 배우가 무대에 서는 뮤지컬 한 작품을 10년 째 쉬지 않고 맡는 것은 고된 도전이다. 작품의 성공에 대한 부담도 있을 뿐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주어질 많은 기회를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작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초연에 함께해준 고마운 배우라도 수년간 성장하지 않는다면 10년 간 계속해서 주연을 맡길 이유가 없다. 오는 7월 10주년 공연을 시작하는 뮤지컬 ‘그날들’은 제작자와 배우의 이런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 작품이다. 지난 26일 뮤지컬 ‘그날들’ 초연 10주년을 맞이해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유준상(54) 배우는 “처음 시작할 때는 55세까지 할 계획이었는데 정유정 연출이 10년은 더 해달라고 말했고 그렇게 하고 싶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날들’은 고 김광석이 부른 명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형식의 창작 뮤지컬이다. 특히 초연 10주년을 맞이해 모든 시즌에서 ‘정학’ 역할을 맡은 유준상 뿐 아니라 오종혁, 지창욱, 김건우 등 호화 라인업이 완성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준상이 뮤지컬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창작’과 ‘초연’이다. 하나의 작품에 매료되면 연출자를 직접 만나 자신을 소개할 정도로 적극적이기도 하다. ‘그날들’을 제작한 정유정 연출과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2008년 연극을 보고 이분은 대성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연락했다”며 “이후 ‘그날들’ 대본을 보여줬는데 두 시간 만에 하겠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유준상은 작품이 10년간 사랑받은 비결로 ‘노래와 이야기’를 꼽았다. 작품은 청와대를 배경으로 지켜주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미련, 용서 등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이야기를 관객들 중 상당수가 알고 있을 김광석의 명곡으로 풀어낸 덕분에 스테디셀러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제작진과 배우의 서로를 향한 배려도 ‘롱런’의 이유다. 그는 “제작, 연출진이 (10주년 공연을) 꼭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서로 시간을 잘 맞추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우가 당초 ‘그날들’과 함께 하려고 한 시점은 55세까지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10년이란 시간이 지나 이제 목표로한 나이가 다가왔다. 그는 또 다른 10년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다. 일주일에 2회씩 연기 연습을 하고, 테니스 동호회에 나가 운동을 할 정도로 체력도 다진다. 일 하지 않는 날은 연습, 운동, 창작활동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시간이 지났지만 10년 전에 하던 역할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고 다행이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희생할 것도 많다"며 “오십이 넘으면서 분수를 알게 됐고, 쓰임을 당할 수 있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버텨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7월 12일부터 9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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