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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현명한 은퇴 소득 확보 전략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컨설팅부 이사·경영학(연금금융) 박사




K 씨는 은퇴했지만 충분한 연금 자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소정의 현금 자산이 전부다. K 씨는 이 현금 자산을 어떻게 잘 운용해서 은퇴 생활비를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 왔다. K 씨의 경우처럼 은퇴자의 가장 큰 고민은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남은 생애 동안 어떻게 소진하지 않고 나눠 쓸 것인가다. 은퇴 이후 맞이하게 되는 가장 큰 위험은 ‘장수 리스크’로 자산의 수명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이다. 사람들은 죽기 전까지 은퇴 소득이 소진되거나 급격히 줄어들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기를 바란다.

영국의 은퇴 소득 전문가인 에이브러햄 오쿠산야는 저서를 통해 은퇴 소득 설계에 대한 두 가지 기초 학설을 소개했다. 안전 제일(safety-first)과 확률 기반(probability-based)이 해당 학설이다. 안전 제일은 자신의 소득보다 더 오래 사는 위험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일반적으로 연금보험 등을 활용해 사망할 때까지의 필수 생활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보험 계리사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확률 기반은 투자 산업에 뿌리를 둔다. 이들은 과거 분석이나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장수 리스크를 관리한다. 펀드나 주식과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은퇴 소득을 확보하려고 한다.



실제로 여러 은퇴자들을 만나 보면 안전 제일과 확률 기반의 양극단으로 스타일이 나뉜다. 안전 제일 스타일은 필수적인 은퇴 소득의 안정적인 확보를 중시한다. 보험사 일시납 연금 상품 등에 가입해 종신 은퇴 소득을 마련한다. 장수 리스크는 충분히 제거할 수 있지만 연금보험 가입에 비용이 많이 든다.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이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도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확률 기반 스타일은 투자를 통해 은퇴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각종 재테크 행사를 쫓아다니며 높은 투자 수익률의 기회를 노린다. 성공하면 자신의 은퇴 소득뿐 아니라 유산까지 남길 수 있다. 실패하면 필수적인 생활비조차 부족해질 위험이 있다.

두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만 선택하기보다는 이들을 나눠 구사하는 전략이 현명한 방식일 수 있다. 이른바 ‘절반 연금화 전략’과 ‘연기된 연금화 전략’이다. 절반 연금화 전략은 은퇴 자산을 절반씩 나눠서 한쪽은 연금으로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적절하게 투자하면서 본인의 요구에 맞도록 인출하는 방법이다. 은퇴자들은 절반의 돈으로만 연금보험이나 원리금 보장 상품에 가입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든다. 모든 돈을 연금화하거나 투자에만 쏟는 위험을 피한다.

연기된 연금화 전략은 2개의 계정으로 나눠 70%의 자산은 70세까지 나눠서 사용하고 나머지 30%는 70세 시점에 연금화하는 방식이다. 수명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70세가 아닌 80세나 그 이상으로 전략을 바꿀 수도 있다. 늦은 시점에 연금화에 나서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삶의 원리가 그렇듯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기보다는 둘을 결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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