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 점유율 하락으로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업계의 우려는 맞는 것일까.
우선 네이버의 검색 광고 수익이 여전히 우상향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유율이 눈에 띄게 하락 중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올 1분기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인 ‘서치플랫폼’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8517억원으로 전년 동기 수치(8498억원) 대비 늘었다. 시장조사기관인 e마케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광고시장 규모는 2021년(501억달러)·2022년(548억달러)·2023년(581억달러) 등 매년 빠르게 늘고 있지만, 네이버의 검색광고 매출 상승세는 온라인 광고 시장 전체 상승세 대비 더디긴 하다.
실제 2021년 1분기 서치플랫폼 매출이 7527억원이라는 점에서 매출 상승폭이 둔화하기는 했지만,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 것은 맞다. 올 1분기 서치플랫폼이 네이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4%로 커머스(26.6%), 핀테크(13.9%), 콘텐츠(18.0%) 등 여타 사업부문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네이버 매출의 근간은 누가 뭐라해도 ‘검색’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 네이버의 서치플랫폼 매출 의존도는 빠르게 줄고 있다. 2021년 1분기 50.2%에 달하던 네이버의 검색 매출 비중은 이듬해 46.1%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30%대까지 내려 앉았다. 네이버쇼핑이 중심이 된 커머스를 비롯해 네이버웹툰·웹소설·제페토 등을 포함한 콘텐츠, 네이버페이 등이 주축이 된 핀테크 부문의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이 중 콘텐츠 부문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120억원에서 올 1분기 4113억원으로 1년새 2배 가량 늘었다. 커머스 부문 매출도 같은기간 4164억원에서 6058억원으로 50% 가량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비중이 2020년 28.9%에서 지난해 33.6%로 늘었다는 점에서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매출 성장세는 업계 평균 대비 가파르다. 온라인 쇼핑 시장 거래액 규모 또한 같은기간 158조2840억원에서 209조8790억원으로 늘었다는 점에서 시장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하다.
유튜브에 빼앗긴 검색매출·출시도 못하는 AI
이 같이 네이버의 검색매출 의존도가 낮아지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강력한 검색 경쟁자가 등장했다. 글로벌 1위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로 검색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네이버의 검색 매출은 추가적인 증가가 힘들다.
실제 운동이나 요리와 같은 콘텐츠는 텍스트 대신 동영상으로 접했을 때 훨씬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유튜브가 네이버의 검색시장을 빼앗아 올 수 있는 부분은 여럿이다. 나스미디어 조사 결과 검색 시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중은 59.3%로 네이버(87.7%) 보다는 낮지만 구글(48.6%)이나 다음(18.4%) 보다는 높다. 우리국민의 검색창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고 있다는 업계 분석이 괜한 말이 아닌 이유다.
자사 콘텐츠 위주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네이버는 2002년부터 지식인, 카페, 블로그 등 자사 서비스에서 생성된 콘텐츠를 검색결과로 노출해주는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 형태의 서비스로 국내 포털시장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도 적지 않은 한국어 콘텐츠가 생성되는는 등 여타 플랫폼도 많아지며 자사 콘텐츠 중심의 검색 서비스가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그렇다고 네이버가 구글과 같이 ‘검색 특화’ 서비스로 전환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온라인상 웹페이지를 가져와 데이터를 추출해 검색결과를 노출해 주는 ‘크롤링’ 분야에서 네이버와 구글 간의 기술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초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검색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빙’을 서비스하는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을 서비스하는 구글과 네이버 간의 점유율 격차(국내 시장 기준)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병렬연산에 적합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기반한 대규모 컴퓨팅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컴퓨팅 모델 구축에만 1조원 가까운 자금이 소요된다. 이와함께 AI 학습 및 추론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소프트웨어)을 개발해야 하며, 또 머신러닝에 필요한 전문 데이터 등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중 컴퓨팅 부문은 네이버가 올 1분기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조955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글로벌 선두권 업체와 비슷한 수준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와 생성형 AI용 추론칩 개발에 나서는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협업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알고리즘 등 소프웨어 분야의 경쟁력도 비교적 높다고 평가 받는다. 네이버는 올 1분기에 연구·개발 분야에만 매출의 20.2%에 달하는 4614억원을 쏟아부었으며, 올 1분기 기준 총 3883건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중이다. 반면 데이터 확보에서는 네이버가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웹상에 노출된 한국어 데이터는 전체의 2%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인데다 각종 전문자료는 추가 비용을 내 구입해야 한다. 네이버의 지식인이나 카페, 블로그, 뉴스 등을 활용하면 된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광고 관련 글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이 같이 광고로 오염된 데이터를 학습할 경우 생성형AI의 완성도에 물음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생성형 AI 서비스 ‘하이퍼 클로바 X’의 출시시기가 계속 늦춰지는 이유다.
네이버 길들이기.. 메타·구글만 웃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네이버 죽이기’에 나선 정치권에 대해서는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부처 또한 네이버를 상대로 칼날을 벼리고 있다. 정치권의 ‘네이버 길들이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인이 속한 정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제스처다. 국민의 삶의 질과 거리가 멀다. 정부부처의 네이버 길들이기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시장 왜곡에 대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대응해야 한다. 그런 문제는 공정위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이 깊다. 대통령이 포털 규제로 플랫폼 정책 방향을 선회하자 정부부처가 앞장서서 포털 길들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 기업이 검색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사실상 한국, 러시아, 구글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은 ‘바이두’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구글 등 경쟁 서비스의 접속을 중국당국이 제한하며 자국 기업을 억지로 키웠다는 점에서 네이버와 차이가 크다. 네이버는 지난 25년여 동안 구글·야후와 같은 외국 기업은 물론 엠파스·다음 등 국내 기업과도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벌였다.
여기에 얀덱스의 지위마저 위태롭다는 점에서 사실상 네이버가 ‘구글의 침공’을 막고 자국 시장을 지켜낸 유일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정부는 얀덱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같은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지난해 8월 얀덱스 직원의 10%가 러시아를 떠났다. 얀덱스의 모회사인 얀덱스 N.V는 네덜란드에 본사가 있는데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는 점에서, 얀덱스를 더 이상 러시아 기업이라 부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연방거래위원회와 같은 미국 경쟁당국이 메타·구글을 상대로 독과점 방지용 ‘칼춤’을 추더라도 해당 시장에서 미국기업의 영향력은 공고하며 유럽 또한 포털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구글·메타에 관련 시장이 장악당한 만큼 자국기업의 피해가 없다”며 “반면 우리 정치권은 이슈몰이와 무비판적 ‘선진국따라하기’의 영향 때문인지 네이버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일이 계속될수록 결국 반사이익을 보는 곳은 구글이나 메타 등 해외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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