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하루인베스트가 돌연 입출금을 중단하면서 델리오와 헤이비트 등 국내 유사 서비스의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외부로부터 자산 내역을 주기적으로 점검 받고, 위탁 운용 비중이 적다는 이유를 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하루인베스트는 “최근 파트너사 중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입출금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 액셀러레이터 블록크래프터스가 운영하는 하루인베스트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최대 12%의 이자를 제공하는 고수익 서비스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하루인베스트와 유사한 서비스로는 델리오와 헤이비트(업라이즈), 샌드뱅크(디에이그라운드), 에이엠 매니지먼트 등이 꼽힌다. 이날 기준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을 마친 곳은 델리오가 유일하고, 나머지 기업은 VASP 획득을 준비 중이다.
델리오 관계자는 “고객 자산 대부분을 자체 운용하고 외부에 맡기는 자금 규모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하루인베스트가 자금을 맡긴 외부 파트너사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위험과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델리오는 이어 “VASP로서 당국으로부터 일 년에 네 번씩 관리 감독을 받으며 운용자산 규모를 보고한다”고 덧붙였다. 에이엠매니지먼트도 모든 고객 자산을 직접 운용한다며 이번 이슈와 거리를 뒀다. 에이엠은 가상자산을 수탁하지 않고, 고객 거래소 계좌 API를 연동해 트레이딩을 대신한다. 고객은 거래소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본인 자산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정기적인 외부 실사로 안정성을 보강한 기업들도 있다. 헤이비트를 운영하는 이충엽 업라이즈 대표는 “지난해 FTX 파산 사태를 겪으며 한 곳이 무너지면 연쇄 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고객 자산과 자기자본을 철저히 분리하고 정기적으로 외부회계법인을 통해 자산 실사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이비트는 다음달 2분기 실사도 진행한다. 샌드뱅크 운영사 디에이그라운드의 이현명 대표는 “고객 자산이 다른 고객의 이자를 지급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 형태로 자산을 분리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운용업에 대한 제도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현명 대표는 “예치금 분리보관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통해 신뢰를 제고하며 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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