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012030)그룹이 40년 이상 반도체 업계에 몸담았던 삼성전자 출신 민정기 씨를 회사 고위 임원으로 영입했다. DB는 올 3월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반도체 계열사인 DB하이텍(000990) 지분 7.05%를 매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고급 인력 영입으로 그룹의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위기론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 씨, K-반도체 태동하던 1984년 삼성 입사 후 굵직한 사업 관여
6일 업계에 따르면 DB그룹은 4월 민 씨를 회사의 제조서비스그룹 담당임원으로 영입했다. 민 씨는 약 40년 전인 1984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경력을 시작한 베테랑 엔지니어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30년 동안 일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라인 신규 설비 투자, 신사업 발굴, 회사 중장기 로드맵 수립 등 주요 업무에 관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에서 기획팀장을 지낸 경험도 있다. SK텔레콤으로 직장을 옮겨 반도체 자문을 맡았던 그는 최근까지 매그나칩에서 컨설턴트 업무를 수행하며 반도체 사업에 기여했다. 민 씨는 반도체 업계에서 파운드리 산업 관련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DB는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는 DB하이텍을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DB하이텍의 변화는 가파르다. 전력 반도체 사업 이외 첨단 12인치 파운드리 분야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DB하이텍 경영 구조 변화로 인한 갈등도 일어났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사업을 물적 분할하고 ‘DB글로벌칩’을 새롭게 출범했다. DB하이텍은 순수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면서 DB글로벌칩은 디스플레이 칩 전문 업체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있었던 소액주주의 반발은 행동주의 펀드 KGCI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는 계기가 돼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상황이다.
증권 업계에는 DB그룹이 DB하이텍 매각을 추진하며 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대해 3월 주주총회 당시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파운드리 매각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반도체 매각·경영권 분쟁…논란 불식 위한 인재 영입
이런 탓에 이번 인사는 계열사가 직면한 대외적 문제와 논란을 불식시키면서 회사 내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진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DB그룹은 지난해 12월 대대적 조직 개편으로 비금융 사업을 제조서비스그룹으로 재편하고 파운드리 등 그룹의 제조 분야 역량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이 그룹에 속한 민 씨는 그간 노하우를 토대로 회사의 반도체 사업 발전 방안, 신사업 발굴과 각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B하이텍의 반도체 사업은 회사의 제조 분야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며 “DB가 이 사업을 포기하기보다는 인력 영입 등으로 강화해나가는 방향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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