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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3%초반으로 뚝…한숨 돌린 정부, 경기부양 힘 싣는다

5월 상승률 3.3%…19개월래 최저

6월은 2%대까지 하락 기대감 커져

원화값도 1305.7원…수입물가 숨통

안정세 속도 더딘 근원물가가 변수

하반기 경제 정책 전환 부담 덜어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2019년 10월(3.2%)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지난해 5%를 웃돈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저효과에 유가 상승세가 꺾인 영향까지 더해졌다. 특히 6월은 2%대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물가 부담을 던 정책 당국의 운신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를 기록했다. 19개월 만의 최저치이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5월 전쟁 충격으로 물가 상승률이 5.4%까지 치솟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주효했다. 여기에 그간 고물가를 견인했던 석유류 가격이 18.0%, 농축수산물 가격이 0.3% 하락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된 영향도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서비스 가격 상승률이 하락 전환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달 서비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하락한 전월세 시세 등이 반영되며 집세는 전년 동월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6%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 폭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잠잠해졌어도 쉽사리 꺾이지 않던 서비스 가격마저 안정되는 모습이다.



체감물가가 안정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도 주목된다.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큰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2019년 9월(3.1%) 이후 최저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체감물가가 안정돼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전반적인 물가 안정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달 물가가 2%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8월 급격히 뛴 석유류 가격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7월)까지 치솟은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가격) 안정세 속도가 더딘 점을 고려하면 연말 물가 상승률은 다시 3%대로 오를 수 있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1월 4.1%를 기록한 뒤 5월 3.9%로 내려왔다. 전체 물가가 안정되는 속도와 비교하면 느리다.

시장에서는 물가 안정세 덕분에 하반기 경기 반등을 꾀하는 정부의 정책 전환 부담이 덜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날 한은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잠정치)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간신히 마이너스성장을 피한 셈이라 경기 진작이 절실한 형편이다. 특히 올 5월 무역적자 폭이 줄기는 했지만 하반기 경제 반등 폭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한 터라 정부 입장에서는 빠르게 안정되는 물가가 반가울 수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15.9원 내린 1305.7원에 마감해 수입물가도 무리가 없다. 정책 당국의 한 관계자는 “물가 안정 흐름이 뚜렷하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품목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시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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