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7만전자’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폭풍 매수를 이어가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년 2개월여 만에 최대치로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현재보다 30% 이상 높은 9만 원으로 올려 잡는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15% 오른 6만 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이다. 삼성전자는 장중 6만 9000원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가 및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개인이 1669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784억 원, 27억 원을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모처럼 쏟아진 기관의 매수세가 삼성전자의 주가 하단을 받쳤지만 최근 오름세를 견인한 것은 단연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팔자’로 일관했지만 최근 들어 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순매수액은 9조 1400억 원에 이른다.
이에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9일 52.19%로 올라선 데 이어 이날 52.20%로 늘었다. 지난해 3월 4일(52.05%)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지분 보유율이 52%대에 진입하며 최고치를 높여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2004년 4월 중순 60.13%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외국인투자가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0%에 달하는 삼성전자를 담으면서 코스피 전체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여 만에 32%대로 올라섰다.
증시 큰손들이 삼성전자를 주목하는 것은 반도체 수요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감산 결정으로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면서 향후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반도체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재고는 2분기를 기점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반도체 제조 업체의 경우 2분기 이후 뚜렷한 재고 감소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은 하반기부터 수급 개선과 가격 하락세 완화, 재고 감소에 힘입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 폭이 확대돼 주가 상승의 모멘텀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현재 실적이 바닥을 통과 중인 것은 확실하다”면서 “3분기부터 글로벌 D램 시장은 공급 부족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축적된 재고의 소진과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3분기에는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빼앗겼던 상장사 영업이익 1위 자리도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3조 7124억 원으로 내다봤고 현대차 2조 8211억원, 기아는 2조 4389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증권가의 삼성전자 목표가는 8만 원을 넘어 9만 원까지 올라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 주가 평균치는 8만 1727원이다. 유안타증권과 IBK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9만 원을 제시했고 BNK투자증권(8만 7000원), KB증권(8만 5000원), 교보증권(8만 5000원), 하이투자증권(8만 4000원) 등이 8만 원대 중반의 가격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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