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가 단기 투자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고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에 반박할 투자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기 투자를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투자자마다 투자 상황과 가진 배짱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3년이면 충분히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는 평생 보유할 각오로 투자한다. 2020년 이후의 전 세계 주식시장 상승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장기 투자에 대한 신뢰가 싹트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인 현재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투자자 자신이 생각하는 장기간이 얼마인지를 미리 정해 놓아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보유한 현금이 2억 원이면 1000만 원을 투자했더라도 전체의 5%에 불과한 작은 비율이다. 투자한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를 잡았다고 환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재산 500만 원에 대출금 500만 원을 끌어모은 투자자에게 1000만 원은 인생이 걸린 돈이다. 같은 1000만 원이지만 훨씬 절박하다. 가격이 폭락했을 때 본전 생각에 추가로 매수했다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기 쉽다. 빚으로 장기 투자할 수는 없는 법이다. 넉넉한 소득도 장기 투자를 뒷받침하는 큰 힘이 된다. 반면에 투자 수익으로 살아가는 처지라면 장기 투자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오랜 인고 끝에 수익을 얻으면 성취감을 느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으로 수익이 손실로 전환될 때만큼 투자자가 좌절하는 순간은 없다. 아마 투자자들이 요즘 느끼는 감정이 이럴 것 같다. 웬만한 투자자는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심각한 내상을 입고 다시는 시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투자자는 자신의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해 정신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장기 투자보다는 리밸런싱(재조정)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주기적으로 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이다. 말이 쉽지 장기 투자는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인내심을 가진 투자자는 극히 드물다.
워런 버핏은 잘 아는 종목에 장기 투자한다. 가격이 폭락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보유한 종목의 가치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기 때문에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다. 언젠가 반드시 주가는 제값을 회복할 것이고 그때 매도해 수익을 챙기면 된다. 너무나 쉽게 큰 수익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평범한 투자자는 절대 따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기약 없이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현찰이 넉넉하기는커녕 빚을 지지 않았으면 다행이고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주식을 고를 혜안을 갖추지 못했다. 이런 투자자라면 억지로 남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맞는 투자 전략을 취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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