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017년 12월 ‘트럼프 독트린’으로 불리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안보를 강조하면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1990년 소비에트연방 해체 이후 상호 경쟁보다는 ‘윈윈’을 토대로 미국 자본주의경제의 틀 안에 중국을 편입하려던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이후 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됐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대(對)중국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강경해지기도 했다.
미국이 시도한 중국과의 ‘디커플링’ 전략이 6년간 지속됐는데 실제 디커플링 효과는 얼마나 될까. 가늠하기 힘들고 향후 전망에 대한 판단도 어렵지만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것에 비해 실질적 성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의 무역 규모는 여전히 증가 추세고 심지어 미국과 중국 간 수출입 역시 일부 첨단산업을 제외하면 늘어난 것이 이를 시사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견고하게 연결된 세계화의 고리를,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단숨에 끊어낼 있는 방법을 현재로서는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중국 방문에 앞서 기자들에게 “유럽은 ‘디리스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유럽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중국을 방문하면서 “EU가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하지 못하면 미국과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며 독자 노선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에서 꼭 필요한 것은 EU의 동참이다. 하지만 EU 지도자들의 발언을 보면 중국을 배제하는 문제에서 미국과의 연대가 지속 가능할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사들로부터 항공기 160대를 수주하면서 톈진의 제트기 공장 생산도 늘려나가기로 합의했다. 2100여 개의 프랑스 기업이 현재 중국에 진출해 있고 지난해 기준 프랑스와 중국 간 상품 무역 규모는 1018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경제적 협력 관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깊어졌다.
최근 반세기 동안 자유로운 국제무역과 자본 이동, 글로벌 공급망의 연계 등은 기본적인 경제 공식이었고 국가 간 ‘커플링’은 당연했다. 그러다 미중 갈등이 부각되자 ‘커플링’보다 ‘디커플링’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를 허무는 것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디커플링보다는 위험을 줄여나가는 관점에서 현실적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투자자라면 디커플링에 너무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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