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원 가까운 공적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서울보증보험이 다음 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다. 상반기 상장은 물 건너갔지만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3조 원에 달할 수 있는 대어여서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심은 커지게 됐다. 최근 보험주 상승세 등 증시 상황도 우호적이라 IPO에 다시 속도가 붙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서울보증 IPO와 관련해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심 청구서를 6월 중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서울보증 IPO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달 말 예정된 공자위 정례회의에서 구체적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45영업일 동안 이뤄지는 거래소 심사 기간을 20영업일까지 줄이는 패스트트랙(신속 심사) 제도는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서울보증이 다음 달 예심을 청구하면 9월까지는 심사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연내 상장 작업을 마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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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7월 미회수된 공적 자금 5조 9017억 원을 회수하기 위한 서울보증 지분 매각 계획을 밝혔다. ‘코스피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10% 이상)→상장 후 추가 지분 매각(최대 33.85%)→경영권 지분 매각(50%+1주)’ 등의 단계를 거쳐 예보 보유 지분(93.85%)을 모두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올 상반기 내 첫 단추인 IPO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 단위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며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서울보증의 연내 상장이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공자위의 최근 기류가 급변한 것은 서울보증보험 기업가치 산출 과정에서 유사 기업(피어) 그룹인 보험주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생명보험주와 손해보험주로 구성된 KRX보험지수는 연초부터 강세를 보이며 3월 초 1566.62까지 오른 후 일부 조정을 받다가 반등에 성공해 15일(1527.23) 기준 15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증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IPO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두산로보틱스 등 ‘대어’들도 상장 준비에 나서고 있다.
예보도 2년 연속 서울보증의 배당 성향을 50% 넘게 설정하며 공적 자금 회수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결산 기준 서울보증이 올해 책정한 배당금은 2826억 원으로 순이익(5635억 원)의 50.2%에 달했다. 서울보증은 지난해도 2291억 원(배당 성향 50.2%)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예보 지분 매각 전까지는 배당금 지급이 유일한 공적 자금 회수 방법인 상황에서 관련 기금의 청산 시점(2027년 말)이 다가오자 회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다만 IB 업계는 서울보증의 예상 기업가치인 3조 원 안팎을 놓고 IPO 흥행에 대한 우려를 적지 않게 제기하고 있다. IPO를 통해 보증보험 시장 개방이 본격화하면 서울보증이 누려온 독점적 시장 지위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100% 구주 매출로 IPO를 진행하면 서울보증의 수익성 저하 리스크를 개인 등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증보험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서울보증이 수십 년간 쌓아온 빅데이터 등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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