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금융투자 업계에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가운데 정작 증권사들의 기존 해외 점포 실적은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증권사 해외 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3일 금융감독원은 ‘2022년 국내 증권회사 해외 점포 영업 실적’ 자료를 내고 증권사 14곳이 운영 중인 현지법인 60곳의 당기순이익이 156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3645억 원) 대비 56.9% 감소한 수준이다. 태국·싱가포르·미얀마 등 3개국에서는 주식 매매 이익 감소, 설립 초기 영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총 42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베트남·미국 등 나머지 11개국에서는 총 2086억 원 흑자를 거뒀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국 증시가 부진한 탓에 위탁수수료 수익이 감소했다”며 “해외 현지법인 당기순이익은 증권사 전체 순이익의 5.3%에 불과해 수익성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증권회사 해외 현지법인의 총자산은 전년 대비 1조 6000억 원(4.7%) 증가한 35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해외에 진출한 14개 증권회사 자산 총계의 7.6%에 해당한다. 해외 현지법인의 자기자본은 9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 원(1.4%) 감소했다. 14개 증권회사 자기자본의 17.1% 수준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는 총 14곳이다. 이들은 14개국에 72개의 점포를 두고 있다. 점포 가운데 현지법인은 60개, 현지 사무소는 12개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14곳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한국투자증권(11곳), NH투자증권(8곳), 신한투자증권(6곳), 삼성증권(5곳) 등이 이었다. 지역별로는 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이 56곳(7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11곳, 영국 4곳, 브라질 1곳 순으로 진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애로 사항과 제도 개선 관련 건의 사항 등을 수시로 수렴하고 해결 방안을 지원하겠다”며 “잠재적 위험 요인 등을 감시하는 체계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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