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약사들이 ‘캐시카우’로 키우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자회사들이 지난해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내수시장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제약사들은 독점적인 제형이나 성분으로 급성장하는 등 업체별 희비도 헛갈리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의 건기식 사업 마케팅과 연구개발(R&D)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 중 장기간 건기식 분야 1위를 지켜온 종근당(185750)건강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한 5451억 원, 영업이익은 30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종근당건강은 1996년 설립 이후 프로바이오틱스 '락토핏'을 히트시키며 2017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4년 만에 5배 이상 급성장했다. 하지만 매출이 2020년 5116억 원, 2021년 6155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2021년보다 매출원가 336%, 판관비 169%, 연구개발비는 25% 급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물류비, 원재료비 등 물가 인상에 더해 마케팅 비용만 늘어나 마진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건기식은 유행 주기가 매우 짧은 시장이라 회사 내부로도 수익성 개선에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주요 제약사의 건기식 자회사들의 상황은 비슷하다. 안국약품(001540)의 자회사 안국건강은 지난해 매출 379억 원, 영업이익 13 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 69% 급감했다. JW중외제약(001060)의 자회사 제이더블유생환건강은 매출이 18.5% 감소한 309억 원, 녹십자(006280)웰빙의 건강기능식품 부문 매출은 20% 줄어든 211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자회사도 잇따랐다. 유한양행(000100)의 자회사 유한건강생활은 2019년 분사했는데 2020년 193억 원, 2021년 123억 원, 2022년 10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일동제약(249420)의 자회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2022년 매출은 2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지만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B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건기식 시장은 특별한 제형, 독점 원료가 아니고는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한 마케팅이 중요하다”며 “다만 마케팅만으로 식품 대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건기식 제조 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만큼 사업 안정화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기식 시장에서 급성장세를 보이는 제약사도 있다. 휴온스(243070)네이처와 휴온스내츄럴이 합병한 휴온스푸디언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급증한 441억 원, 영업이익은16억 원을 기록했다. 동아제약은 오쏘몰 이뮨으로만 매출이 전년 대비 130% 늘어난 655억 원으로 급증했다. 보령(003850)컨슈머헬스케어는 매출 695억 원(19%), 영업이익 20억 원(흑자전환), 유유헬스케어는 매출 276억 원(16.5%), 영업이익 31억 원(14.8%)을 기록했다.
국내 건기식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제약사들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건기식 시장은 지난해 6% 성장한 6조 원 규모로 한국인삼공사, hy, 서흥, 콜마비앤에이치, 코스맥스바이오 등이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롯데헬스케어, CJ바이오사이언스 등 대기업도 건기식으로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 제약사 관계자는 “경쟁사가 더욱 늘고 있는 만큼 기존 제품 개발 속도 경쟁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프리미엄제품 개발, 해외 시장 공략, 일반 의약품과 연동 등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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