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정책을 접고 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중국을 향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구애가 다시 시작됐다. 신규 매장을 내기 위한 부동산 매입에 공을 들이는가 하면 봉쇄가 풀리자마자 고위 간부가 중국에 건너가 사업을 위한 당 간부와의 면담에 나서는 등 ‘대륙 고객’ 잡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9일 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소유한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는 최근 중국에서 신규 매장을 확대하기 위해 주요 입지에 부동산을 확보하고 있다. 티파니는 중국 본토에 39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펜데믹 기간인 지난 2년간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베이징의 산리툰(三里屯) 패션 스트리트를 포함한 서너 곳에 신규 매장 추가로 내기로 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매장도 이전이나 확장을 통해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이 제로 코로나 조치를 해제한 뒤 명품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LVMH의 글로벌 매출은 17%,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23% 신장했는데 중국에서의 소비 회복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LVMH는 펜데믹 기간인 2021년 티파니앤코를 인수했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펼쳐 글로벌 주얼리 톱 브랜드인 리치몬드 그룹의 까르띠에와 격차를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리치몬드그룹은 까르띠에와 반클리프아펠, 초고가 시계 브랜드 IWC와 바쉐론, 만년필 몽블랑 등을 거느린 스위스 명품 기업이다. 지난해 티파니 매출은 51억 유로로 까르띠에(84억 8000만 유로)에 못 미친다. 업계의 2025년 추정치도 티파니는 74억 유로, 까르띠에는 122억 유로로 까르띠에가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티파니는 중국 내 부동산 매입 및 매장 추가를 통해 판매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 르드루 티파니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티파니는 엄청난 기회를 잡을 것”이라며 “부동산이 중국에서 재고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 고가 품목에 대한 공급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연장선으로 LVMH는 이달 초 티파니의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프랑스 보석 생산업체를 인수할 계획을 밝히고, 프랑스 동부에 5개의 작업장과 800명의 직원을 고용하기로 했다.
봉쇄 해제 후 경영진의 중국행도 잇따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CEO가 3월 말 중국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를 면담했고, 구찌·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어링 그룹의 경영진도 중국 정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해 왕원타오 상무부장을 만났다. 로레알은 이달 초 중국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호주 화장품 브랜드 ‘이솝’을 25억 3000만 달러, 한화 약 3조 3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로레알은 “이솝이 중국 및 면세점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로레알은 이달 초 하이난에서 열린 ‘제3회 중국 하이난 소비재박람회’에 참가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탄소 배출 감축’ 의지를 의식한 듯 ‘제품의 환경 부하를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중국 시장에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적극 어필했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이나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5단계로 평가해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찌 역시 지난 102년 간의 브랜드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디자인들을 선보이는 '구찌 코스모스' 전시회를 28일부터 6월 25일까지 중국 상하이의 웨스트 번드 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이 전시는 세계 투어로 진행될 예정인데 그 출발지를 상하이로 정한 것이다.
이 외에도 독일의 고급 남성복 브랜드 휴고보스의 ‘휴고’가 처음 하이난 소비재 박람회에 참가했고, 미중 무역 마찰에도 불구하고 코치·케이트 스페이드 등을 보유한 미국 태피스트리와 에스티로더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LVMH는 최근 시가총액이 유럽 기업 중 최초로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명품 시장인 중국 경제 전망이 개선되면서 LVMH 주가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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