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조선 선비들이 한강 일대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풍경을 담은 옛 그림이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독서연구기구 ‘독서당’을 배경으로 한 모임 장면을 그린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 등 총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독서당계회도’는 가로 72.4㎝, 세로 187.2㎝의 비단에 그린 수묵 채색화다. 조선 중종(재위 1506~1544)대에 독서당에서 ‘사가독서(賜暇讀書·젊은 문신에게 휴가를 줘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제도)’를 했던 현직 관료 모임을 기념해 그린 작품이다. 그림 아래에는 모임에 참석한 인물 12명의 이름과 호, 본관, 태어난 해, 사가독서 시기, 과거급제 시기, 부친이나 형제의 인적 사항 등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돼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옛 문헌 등을 볼 때 모임은 중종 26년인 1531년에 열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역시 이 모임을 전후한 당시에 그려진 듯 보인다고 문화재청은 전했다.
그림은 한동안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1897∼1984)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미국 경매 등을 거쳐 지난해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환수했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다른 계회도와 비교하면 시기적으로 두 번째 제작된 작품이나 후대에 만들어진 계회도의 전형적인 형식인 상단 표제, 중단 그림, 하단 좌목(목록) 형태로는 가장 앞선다”고 설명했다. 상상 속 풍경이 아니라 실제로 한강 주변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의 시원(始原) 양식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미술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이날 문화재청은 ‘독서당계회도’와 함께 ‘이항복 해서 천자문’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수능엄경의해 권9∼15’ 등 3건의 문화유산도 함께 보물로 지정했다. ‘이항복 해서 천자문’은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꼽히는 이항복(1556∼1618)이 손자 이시중(1602∼1657)의 교육을 위해 1607년 직접 써서 내려준 책이다. 책 끝에는 ‘정미년(1607년) 이른 여름(음력 4월) 손자 이시중에게 써준다. 오십 노인이 땀을 뿌리고 고생을 참으며 썼으니 골짜기에 던져서 이 뜻을 저버리지 말라’고 적혀 있어 손자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드러난다. 작품은 제작자와 제작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어 서예사적으로도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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