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 수주 호황에도 국내 조선사들이 1분기 영업적자를 지속하거나 간신히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원천기술을 가진 프랑스의 GTT사는 1분기에도 20%가 넘는 로열티 수익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국산 화물창 기술 국산화는 아직 지지부진 한 상황이다.
GTT는 지난 20일(현지 시간) 1분기 7989만 유로(약 116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7.2% 성장했다. 핵심 매출원인 LNG·에탄 운반선 부문에서는 1년 사이 23% 오른 6624만 유로(969억 원)의 로열티 수익을 보였다. GTT의 LNG 화물창 라이선스는 90% 안팎이 한국 조선소로부터 나오는데 국내 조선 3사가 1분기에만 로열티로만 900억 원 정도 냈다는 얘기다.
GTT는 멤브레인(막) 방식의 LNG 화물창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구(球) 모양의 ‘모스 타입’ LNG 화물창보다 더 많은 LNG를 실을 수 있고 안전성 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아 사실상 전 세계 표준이 된 기술이다. 글로벌 선주들도 수십 년간 쌓인 기술 신뢰도 덕분에 GTT 멤브레인 기술이 아닌 화물창은 거의 쓰지 않는다.
LNG 화물창을 독점하다 보니 가격 협상력 역시 막대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GTT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로 선가의 5%가량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는 대규모 LNG선 수주에도 원자재 상승에 더해 급증하는 막대한 로열티까지 내며 간신히 손익을 맞추는 수준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은 1분기 4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부터 매 분기 적자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지난 20일 기준 총 LNG운반선 7척을 수주했다. 금액으로 보면 약 17억 5000만 달러(2조 3000억 원) 수준이다. ‘역대급’ 수주를 이어가고 있지만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영업익 전망치 689억 원으로 간신히 분기 흑자전환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있다.
GTT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국내 조선 업계도 화물창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공정위는 2020년 GTT에 대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 기술 라이선스와 기술 지원 서비스의 끼워팔기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까지 간 분쟁은 최근 GTT 패소로 일단락됐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와 기술 지원을 따로 구매하게 됐지만 GTT의 협상력은 여전히 커 큰 실익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매년 수천억 원가량 해외로 나가는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 조선사들은 국산 화물창 개발에 나섰지만 진통을 겪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조선 3사는 국내 최초 LNG 화물창 기술인 KC-1를 설치한 LNG 운반선을 2018년 첫 인도했다. 하지만 화물창 냉기가 선체로 전달되는 ‘콜드스폿’ 현상이 생기면서 수리를 반복하는 일이 잦았다. 이를 두고 한국가스공사·SK해운과 선박을 건조한 삼성중공업(010140)이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6도 이상에서 운항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판단이 내려져 장기적으로는 국산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화물창 매출 90%를 한국 조선사에 의존하는 GTT 역시 ‘중국 키워주기’에 나서고 있다. GTT는 지난해 장난·다롄·CMHI장쑤조선소에 화물창 라이선스를 발급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GTT는 장쑤조선이 창사 이래 처음 수주한 LNG 운반선 4척에 대한 화물창 설계를 이달 시작하며 중국 조선소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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