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여기던 사모대체투자 영역에서 개인 고액자산가의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유동성 강화로 순식간에 큰 돈을 거머쥔 신흥 부자를 포함해 개인들의 부를 향한 열망은 기업 인수합병(M&A)등 대형 거래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3일 글로벌 대체투자 전문 리서치 기관 프레킨에 따르면 글로벌 3대 사모대체투자(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현재까지 600억 달러(86조 8200억원)을 개인으로부터 출자 받았다. 프레킨은 KKR이 앞으로 펀드 조성 금액의 30%~50%까지 개인으로부터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글로벌PEF 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2022년~2026년까지 500억 달러(65조 7700억원)를 개인으로부터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최대 PEF운용사인 블랙스톤은 300여명 규모의 개인 자산 전용팀을 꾸려 2022년 한 해 동안 280억 달러(36조 8300억원)달러를 모집했다.
글로벌 PEF가 조성한 펀드에 출자하려면 최소 출자 금액이 많고, 따라오는 각종 서류 작업이 많은 데다 일반적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에 비해 5년 이상 긴 기간 동안 출자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연기금이나 은행,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가 95% 이상 차지했다.
그럼에도 PEF가 개인에게 공을 들이는 까닭은 주요 고객인 기관투자가들이 투자에 보수적으로 돌아선 탓이 크다. 기관투자가로부터 출자받는 자금은 2022년 1조 1600억 달러(1525조 4000억 원)에서 2027년 1조 5800억 달러(2077조 7000억 원)으로 연평균 3.5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5년 전인 2015년~2021년 동안 한 해 11.70%씩 상승하던 것에 비하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 모집하는 것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벤처기업 매각이나 상장 과정에서 높은 기업가치가 유지되면서 개인 투자자나 최대 주주는 한꺼번에 거금을 손에 쥔 사례가 늘었고, 이들은 추가 투자처로 PEF를 찾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개인이 PEF와 벤처캐피탈 펀드에 출자할 때 운용사의 의무를 강화하는 투자자문업자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해 최대 거래로 기록된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은 최대 주주인 허재명 전 이사회 의장에게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안겨줬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수 많은 대형 투자 제안이 허 전 의장에게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의료기기 제조사인 클래시스(214150)를 창업해 베인캐피탈에 6700억 원에 매각한 정성재 전 대표 역시 과거 닥터자르트 창업과 매각 과정에 참여하며 투자 업계가 인정한 전문가다.
최근 3차원 구강스캐너 제조사 메디트 창업자인 장민호 고려대 교수와 임플란트 제조사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창업주 최규옥 회장 일가는 최근 회사를 PEF에 각각 2조 4000억 원 안팎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받은 대금을 일부 재투자했다.
PEF운용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KB증권과 손잡고 비상장 헬스케어기업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고 있고, SK온은 상장 전 투자유치 과정에서 일부 자금을 개인으로부터 모집했다. 다만 국내는 ‘라임사태’ 이후 일반사모펀드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가 주로 출자해온 PEF에도 개인의 참여가 제한되면서 개인의 PEF 출자가 제한되어 있다.
글로벌 PEF 한국법인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하락한 올해부터 PEF의 투자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이 같은 투자 혜택이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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