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수십 조 원에 달한 가운데 수차례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한국전력과 한전KDN 전·현직 임원이 적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관련 제보를 접수해 조사한 결과 한전 전직 임원 A씨와 한전KDN 임원 B씨의 다수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코로나19 위기 상황과 관련해 출장 자제를 요청한 정부 지침을 위반하고 총 다섯 차례(8개국)와 일곱 차례(14개국)에 걸쳐 해외 출장에 나섰다.
당시 정부에선 불필요한 국내외 출장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요청했지만, 두 임원은 모두 긴급성과 필요성이 낮은 자사 법인 업무 보고나 단순 현지 시찰을 이유로 출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B임원은 해외 출장 기간 중 여러 차례에 걸쳐 출장지 인근에 있는 관광지를 다수 방문했다. 공적 목적으로 제공된 렌트 차량과 가이드를 이용해 요르단 페트라 유적지, 베트남 하롱베이 등을 관광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피감기관인 해외 지사·법인 관계자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각각 320만 원과 256만 원 상당의 식사 비용과 차량 편의를 제공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국내에선 코로나19로 모임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었음에도 해외 출장지에서 2~3개 기관의 다수 직원과 만나 네 차례에 걸쳐 식사한 사실도 확인됐다.
산업부는 이들 임원들이 부당 전가한 출장 경비를 환수하고 향후 공직에 재임용할 때 결격사유 판단 등의 인사 자료에 해당 사실을 포함하도록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산업부는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이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장 자제를 요청한 정부 지침까지 위반해가면서 부적절한 외유성 출장을 실시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올해 상반기 중 산하 41개 공공기관 임원들의 해외 출장 실태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국외 출장 사전 심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반드시 필요한 출장만 승인했는지, 출장 과정에서 식비 대납이나 차량 편의 제공 등을 요구하거나 부적절한 현지 관광이 있진 않았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재영 산업부 감사관은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의 부적절한 해외출장 관행과 문화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점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향후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점검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직문화가 정착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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