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영풍정밀(036560)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최 회장 일가와 장 고문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 확보를 놓고 경쟁해왔는데, 최씨 일가가 본인들이 경영권을 쥔 회사 임원으로 장 고문을 선임하면서 경영권 싸움에서 양측이 한 발짝씩 물러난 모양새다.
23일 영풍(000670)정밀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최 회장의 모친이 최대주주인 회사로 최근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며 장 고문과 지분 싸움을 벌였었다. 그러나 이달 초 공시를 통해 “장 고문은 경영 전문가로서 재계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으로 활동하는 등 대내외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사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크다”며 장 고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고지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경쟁해온 장 고문을 본인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임원으로 선임하는 안을 추진한 것이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이래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영풍정밀 등의 계열사들을 나눠 이끌어왔다. 지난해부터는 두 집안이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면서 경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장 고문이 최씨 일가 산하의 영풍정밀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앞서 장 고문이 최 회장의 취임을 찬성하면서 분쟁 확대를 피하는 모양새다. 장 고문은 올해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서는 사내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주주제안을 하지 않은 바 있다.
이번 선임과 관련해 영풍정밀 관계자는 “선임 배경과 관련해서는 언급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장 고문을 비롯해 이한성 영풍정밀 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이한종 세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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