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의 첨단 소재 사업 매출이 지난해 30% 가까이 증가하며 4조 원으로 껑충 뛰었다. 2021년 말 SK와 SK머티리얼즈를 전격 합병하며 첨단 소재 시장에 승부수를 띄운 지 1년 만의 성과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소재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기에 규모 있는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SK의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 소재 사업은 지난해 매출 3조 8850억 원, 영업이익 9440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8%, 65% 증가한 수준이다. SK의 첨단 소재 사업 실적은 SK첨단소재투자센터 산하에 있는 SK머티리얼즈(매출 1조 5300억 원)와 SK실트론(매출 2조 3550억 원) 등을 포괄하는 실적이다.
SK는 2021년 1월 투자센터 1실의 명칭을 첨단소재투자센터로 바꾸고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등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해 12월 SK머티리얼즈를 흡수 합병한 후 반도체를 넘어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SK머티리얼즈는 SK가 보유한 글로벌 투자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미국 기업 14테크놀로지스와 배터리 소재를 담당하는 SK머티리얼즈그룹14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SK머티리얼즈그룹14는 올 1분기 경북 상주시에 연산 2000톤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완공하고 3분기부터는 전기차용 실리콘 음극재를 상업 생산할 예정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에 비해 배터리 충전 시간이 빠르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분야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수요는 지난해 4000톤에서 2030년 20만 톤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택 SK 첨단소재 투자센터장은 “공장 완공 전부터 이미 다수의 글로벌 배터리사들과 공급 협상을 시작했다”며 “증설을 꾸준히 진행해 2024년에는 연 4000톤으로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실트론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의 증설을 일부 완료해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SK실트론의 미국 공장은 2025년까지 150㎜ SiC 웨이퍼의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5배 늘어난 연 50만 장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단계적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SiC 전력 반도체 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는 부산에 새 생산 시설을 마련하고 올 3월부터 연간 2만 9000장 규모의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인 SK시그넷도 SK가 2021년 경영권을 확보한 후 매출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623억 원에서 올해는 2배 이상 성장한 30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텍사스에 올 2분기까지 연 1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수혜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SK가 투자한 해외 배터리 소재 업체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K가 지분 30%를 보유한 중국 최대 동박 제조 기업인 왓슨은 올해 30% 이상의 외형 성장이 전망된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3만 톤을 추가 증설할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왓슨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증설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SK가 가진 왓슨의 지분 가치는 투자 당시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SK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인수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첨단 소재 사업의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그룹이 보유한 제조 및 기술력을 기반으로 인수 기업의 공정을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또 단일 품목이 가져올 수 있는 업황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인수한 사업과 연관된 유망 영역으로 투자를 확장했다. 특수 가스 사업을 하던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한 후 반도체 프리커서(SK트리켐), 산업 가스(SK에어플러스), 식각 가스(SK레조낙), 반도체 포토 소재(SK머티리얼즈퍼모펀스) 등 성장성이 높은 반도체 소재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 일례다.
김 센터장은 “첨단 소재 사업은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는 핵심 먹거리”라며 “고난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