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호텔에 이어 패션업계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짠물 경영'에 돌입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의류 판매가 저조하자 온라인 반품 배송비를 부과하고, 회원 혜택 문턱을 높이는 등 각종 부대비용을 줄이며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달부터 공식 온라인몰 'SSF샵'에서 판매하는 자사상품 중 무료 배송 건에 대한 반품 배송비를 기존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했다. 다만 도서산간 지역의 경우에는 반품 배송비를 동결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공식몰 '에스아이빌리지'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송비 및 반품비를 기존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무료 배송 및 반품은 패션 업체들이 모객을 위해 내세우는 대표적인 혜택 중 하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쇼핑이 일상화되자 배송비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과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패션 대기업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를 넘어섰고, 올해 30%대 진입을 바라보고 있다.
등급별 회원 혜택을 손질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LF 트라이씨클은 이달부터 온라인몰 '하프클럽'과 '보리보리'의 VIP 등급 문턱을 높였다. 하프클럽의 VIP 승급 기준은 기존 최근 6개월간 20만 원 이상 구매에서 30만 원 이상 구매로 변경됐다. 바바패션도 이달부터 공식 온라인몰인 '바바더닷컴'의 프리미엄 회원 혜택을 10만 원 이상 구매 시 최대 15만 원 할인에서 15만 원 이상 구매 시 최대 10만 원 할인으로 조정했다. 이밖에 코오롱FnC는 잭니클라우스·골든베어·왁의 포인트 사용처를 기존 대리점에서 백화점까지 넓히는 대신 정상가 기준 적립률을 제품가의 5%에서 2%로 일원화했다.
패션 업계가 비용 축소에 나서는 까닭은 '보복 소비' 효과가 시들해지고 경기 침체가 진행됨에 따라 의류 판매량이 더 저조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온라인 의류·패션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2022년 1월 매출신장률이 14.6%였던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는 평가다.
한섬의 경우 엔데믹 전환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온라인 매출이 온라인 사업 시작 이래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역신장하기도 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 중심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막대한 투자가 단행된 온라인 사업의 출혈이 예상된다"며 "당분간 기획전 등 행사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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