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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팬 없이는 SM 인수 효과도 없다

김성태 IT부 기자


1조 2500억 원. 카카오(035720)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39.91%를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투입해야 하는 금액이다. 이미 하이브(352820)는 SM엔터 지분 19.43%를 확보하는 데 약 4500억 원을 썼다. K콘텐츠의 패권을 쥐기 위해 양 사가 ‘쩐의 전쟁’에 돌입했지만 정작 엔터테인먼트 업계 일각에서는 SM엔터 인수 효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누가 최대주주가 되든 팬이 이탈하는 ‘탈덕’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는 하이브와 카카오가 자초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둘 다 팬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를 보였다.

팬들은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와 맺은 계약에 실망한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SM엔터 자회사 지분을 총 700억 원에 매입하고 그가 주도하는 ‘나무 심기’에 총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이브가 무리하게 이 전 총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걸그룹 ‘여자친구’ 사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1월 데뷔한 여자친구는 2019년 쏘스뮤직이 하이브에 인수된 후 기존과 다른 콘셉트의 음악을 선보이다가 2021년 돌연 해체했다. 당시 팬들은 해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크게 반발했다.

카카오의 행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 카카오가 SM엔터 투자에 대해 ‘전략적 제휴’라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사업 협력 및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장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지만 현재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 분쟁의 이해 당사자 중 정작 모든 콘텐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소속 아티스트나 그들을 응원하는 팬덤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더 이상 팬들의 신뢰를 잃는 행동을 하지 말고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한다. 그래야 탈덕 행렬을 막아 천문학적인 투자가 제대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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