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국내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앞서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 정도의 분석이 나온 적은 있지만 바닥 진단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미국의 긴축 기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주택 지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준금리가 인하로 돌아서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일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부동산 지표 점검 : 바닥 통과 중’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지표의 부진은 여전하지만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고 판단한다”며 “주간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3월 플러스(양) 전환, 전국 미분양 주택은 4월 말 발표하는 3월 지표부터 전월대비 감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배 연구원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연초 이후 고가 대비 30~40%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대거 거래됐고, 이후 실거래가가 전저점 대비 다시 상승한 단지가 출현하고 있다”며 “가격 지표 하락 폭은 축소되고 주간 아파트 가격 지수의 전주 대비 변동률도 빠르면 이달에 플러스 전환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달 20일 기준 전주 대비 0.38% 하락으로 1주일 전(0.43% 하락) 보다 소폭 개선됐다. KB부동산 기준 지표도 지난달 20일 기준 0.36% 하락으로 일주일 전(0.36% 하락)과 같았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이유로 신규분양(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분양 물량은 1만 5가구로 전년대비 78.4% 급감했다. 2월(8839가구) 역시 65.8% 줄었다. 배 연구원은 “지표가 정점을 찍었다”며 “3월 말 발표하는 2월 미분양 통계에는 지난해 12월 분양 물량이 대거 포함돼 전월대비 증가가 예상되지만 올해 분양 물량이 크게 줄고, 대구 등 지방을 중심으로 할인 분양이 이어져 4월 말 발표하는 3월 미분양 물량은 전월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유안타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분양 주택 증가는 불가피하겠지만 증가율은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룡 연구원은 “미분양 주택은 증가세지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대비 0.4%, 전년동월 5.3% 증가하는 수준”이라며 “올해 신규 분양시장 위축과 이에 따른 분양 물량 감소는 미분양 주택 증가 폭을 축소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매매가보다 전세가 더 많이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낮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갭투자를 위축 시키는 만큼 가격 반등은 지연, 악화되고 있다고 봤다.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2%(전년대비 3.4%포인트 하락)로 아파트 가격 침체가 이어지던 2012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배세호 연구원은 “주택지표가 크게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매매는 급매물 소화 이후 정체 양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금리 인하를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도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줄고 매매 물건이 늘어나는 것은 급매물 소진과 역전세난으로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들이 매도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달 이후 입주 증가로 전세매물은 재차 증가하겠으나, 이를 수요 증가로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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