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기지 삼아 스타트업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스타트업에 롯데가 인프라를 제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전영민 롯데벤처스(옛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만간 롯데벤처스 실리콘밸리 법인을 설립해 실리콘밸리 생태계와 연결하고 스타트업의 크로스보딩(해외 진출)을 돕는 브릿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의 많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틀었다. 기존에 설립된 CVC가 투자에 방점을 찍었다면 실리콘밸리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에게 현지 법인 설립은 물론 우리나라와 다른 상법, 재무, 회계 문제를 처리해주고 비즈니스 확장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에 롯데벤처스 재팬을 설립하고 지난해 10월에 롯데벤처스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것에 이어 실리콘밸리까지 법인을 설립해 한국과 일본, 베트남, 실리콘밸리를 연결하는 스타트업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완성하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베트남 법인의 경우 스타트업이 베트남에 진출하기 전부터 롯데그룹의 베트남 법인을 맡았던 직원들을 일대일로 연결해 멘토링을 진행했고 진출 후에는 베트남에 있는 17개 계열사 임원들이 직접 스타트업 대표들을 케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진출의 꿈은 한국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전 대표는 “한국 기업을 미국에 진출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스타트업 중에도 한국이나 일본,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롯데벤처스가 현지화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3년차를 맞은 전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세우기 전부터 철저히 시장 조사를 해왔다. 기존에 투자를 한 주문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반도체 스타트업 아나플래시 등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기업부터 보안 인증 기업 센스톤 등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해외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을 선발해 실리콘밸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 선발된 11개 팀 중에서는 핀테크 기업 올링크, 보안 기업 에스투더블유 등 4곳이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특정 테마에 치중하지 않고 글로벌로도 통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해외 진출을 도우며 테스트를 하는 과정”이라며 “시간이 쌓이면 성공의 노하우가 축적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 한국계 CVC가 늘어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가 얼어붙은 지금도 미국에서 잘 나가는 스타트업은 굳이 한국계 VC나 CVC의 투자를 받기 보다는 시리즈 C, D에 가서도 후속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큰 투자사를 찾는다”며 “각각 규모는 작지만 한국계가 연합하면 초기 단계부터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생기고 미국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CVC 펀딩이 늘어나는 이유를 두고 “대기업에 있다가 롯데벤처스로 오고 한 달 반만에 깨달은 게 대기업은 절대 스타트업의 혁신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며 “스타트업 한 곳에 대기업의 혁신을 맡기면 안 되겠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 혁신을 맡기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챗GPT발 생성형 인공지능(AI) 붐과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분야를 묻자 “거대 기술은 결국 공공재가 될 수밖에 없다”며 기술 한 가지 요소에만 맹신하는 것을 경계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생성형 AI 기술은 역시 전기나 광통신망처럼 결국은 일종의 공공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이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본능과 맞지 않는 불편한 점을 어떻게 해결해 비즈니스에 응용할 지를 찾아내는 기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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