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과 비즈니스 호텔 중심이던 우리나라 호텔 산업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변혁기에 들어섰습니다. 단체 관광 수요가 줄면서 NPL(부실 자산)화 된 비즈니스 호텔들과 전국에 약 3만4000개에 달하는 노후된 숙박업소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입니다."
김홍열 AZMT 대표는 23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김종율부동산아카데미에서 열린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 제 62차 오찬 세미나에서 '로컬호텔의 기회와 개발사례'라는 주제로 전라북도 전주에 위치한 시화연풍과 태조궁관광호텔 등 지역 호텔의 리모델링 사례를 소개했다.
김홍열 대표는 과거 삼성카드 여행팀과 투어익스프레스 마케팅 총괄본부장을 거친 관광학도다. 그가 2019년 설립한 호텔프롭은 호텔의 매입부터 시장분석, 컨설팅, 리모델링 등 자산 가치를 높이는 종합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전주와 김천 등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호텔들을 다수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를 지나며 우리나라 호텔 산업이 크게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흔히 MZ세대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로 이용자층이 바뀌었고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사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을 때도 잘 되는 호텔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밀려들었다"며 "테마호텔과 감성숙소, 리조트, 풀빌라 등 시장의 플레이어가 바뀐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명동과 동대문 등 관광특구에 성냥갑처럼 지어졌던 비즈니스 호텔들은 주 고객이던 중국·일본 등 단체 관광객이 끊기자 줄줄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현재 명동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 명동점과 명동2호점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으며 티마크그랜드호텔은 디벨로퍼 손을 거쳐 오피스텔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노후된 중소형 호텔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 콘텐츠를 결합해 고객들에게 '와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리모델링을 거쳐 재오픈한 전주 호텔어라이브 '시화연풍'을 사례로 들었다. 김 대표가 연 7600만 원에 마스터리스(통임대)해 운영하는 호텔이다. 그는 "지역이 전주인 만큼 기존 한옥의 특성을 살려 건물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심었다"며 "특히 110년 된 일본식 적벽돌 건물인 공익질옥과 조선 왕조의 발원지를 지키던 성문인 풍남문 등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시화연풍을 선보인 이후 전주 태조궁관광호텔과 호텔토링, 김천 바바호텔 등 전국 각지의 지역 호텔들에서도 위탁운영 의뢰가 잇따랐다.
그는 전국 각지의 비즈니스 호텔들과 약 3만4000개에 달하는 여관·모텔 등 일반숙박업소가 모두 기회라고 말했다. 새로운 입지를 선정하고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비즈니스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서울 종로의 한 모텔을 매입해 도심 속에서 레트로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운니맨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호텔은 단위 면적 당 수익을 가장 많이 낼 수 있는 부동산 자산이지만 영업과 관리 등 전문성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았다"며 "국내 호텔 산업도 발전하면서 운영·관리와 부동산 소유가 분리돼 앞으로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사단법인 서울부동산포럼은 부동산 개발 및 금융, 마케팅, 자산 관리 등 업계 오피니언 리더와 부동산 학계 교수, 법률, 회계, 감정평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순수 비영리 단체다. 박래익 그레이프라운지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다. 2003년 63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 약 200명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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