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입법 속도가 붙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노사 관계가 다시 실력 행사와 힘의 갈등 관계로 갈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노란봉투법 논의 상황에 대해 “불행하다”며 공개 석상에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 장관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 질문에 “약자보호를 위한 상생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파업 만능주의로 인해 사회적 갈등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 의결을 주도했다. 법안에는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법원이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단체교섭이 가능해지고 노조 파업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달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현재도 노조가 법을 지키고 수단과 절차, 목적이 정당한 파업을 하면 이에 따른 손해배상이 면책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용자 범위 확대 등은) 국정과제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그런 법”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노조에 대한 과도한 소송을 막고 노동권익을 높이겠다는 노동계와 민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장관은 “사용자 개념 확대는 민법상 도급 원리와 충돌하고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원청 입장에서는 언제 하청과 교섭을 해야하는 지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조만간 노란봉투법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노동계가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하는 노동 개혁에 대해 이 장관은 “근로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방향”이라며 “대기업이 100을 벌 때 중소기업이 45를 버는 상황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노동 개혁은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 등을 통해 근로시간제 선택권을 넓히고 연공형 임금체계 보다 직무성과급을 확산하도록 대책을 만드는 게 골자다. 과도한 임금 연공성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확대했다는 게 이 장관의 판단이다.
이 장관은 노동 개혁의 목표를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사회적 약자 보호, 노동규범의 현대화로 제시했다. 임금, 성별, 고용형태별 격차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임금 개편이 우선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장관은 노동 개혁의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과거 사회적 합의가 실패한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사회적 대타협은 경제 위기와 고통분담을 하겠다는 위기 의식, 노조의 산별체계 강화, 사회적 대화 관행 등이 필요하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맺은 대타협 이후 사회적 합의들은 추상적이고 선언적 문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혁의 밑그림이 그려진만큼 본격적으로 (노동계와) 대화하겠다”면서도 “(민주노총의) 과도한 이념 지형성은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면서 노동 개혁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속내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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