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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적용" vs "가급적 늦춰달라"…당국, ESG 공시 의무화 시점 놓고 딜레마

[ESG 늪 빠진 기업들]

■ 상반기 글로벌 ESG 공시 초안 발표

제조 대기업 부담 커져 연기 필요

주력 수출국 움직임 보고 결정을

EGS 공시, 외면할 수 없는 흐름

빠른 시행이 외자 유치 유리 반론





금융 당국이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적용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당국이 ESG 공시 의무화를 무조건적으로 추진할 경우 비용 부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주요 교역 대상인 유럽·호주·영국 등이 2025년께 도입하려는 분위기인 만큼 마냥 늦출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12일 금융 당국 및 회계 업계에 따르면 ISSB는 올 상반기 중 일반(S1), 기후(S2) 분야 ESG 공시 기준을 확정하고 발표할 계획이다. S1과 S2는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가운데 S인 사회에 해당하는 공시 내용이다. 이번 S1·S2 발표는 ESG 공시 기준 발표의 시작으로 향후 ISSB는 E(환경)에서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S(사회)에서 인적 자본(다양성·공정성·포용성) 등과 관련한 공시 기준을 순차적으로 논의해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ISSB가 올 상반기 ESG 공시 기준 중 일부인 S1과 S2를 발표한다고 해도 도입 여부는 개별 국가가 결정하면 된다. 현재 국내 일부 대기업과 다수 중소기업은 ISSB의 ESG 공시 도입이 가급적 늦춰지기를 바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 업체 중 탄소 배출이 많거나 다수 협력사의 부품을 받아 완성품을 만드는 기업이 특히 곤란해 한다”며 “ISSB가 요구하는 ESG 공시 기준은 A라는 대기업이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부품을 제작해 납품한 협력사와 이들이 쓴 원료를 조달하는 데 쓰인 탄소의 양까지 집계하라고 하는 식”이라고 하소연했다.



우선 금융 당국과 한국회계기준원은 올 상반기부터 ISSB의 ESG 공시 적용 도입 시점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달 27일에는 ESG 공시 기준 관련 국내외 논의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인 한국회계기준원 내 위원회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의 설립 현판식이 열렸다. ISSB가 글로벌 ESG 공시를 담당한다면 KSSB는 국내 도입 여부와 우리 기업 사정에 맞춘 도입 방식을 정부와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당국에서 정한 국내 기업의 ESG 공시 적용 시점 가이드라인은 2025년부터다. 2025년 자산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30년 코스피 상장사 전체에 대해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세운 계획으로 금융 당국과 KSSB는 ISSB의 S1·S2 공시 기준이 확정되면 이를 우리 기업에 기존 계획대로 적용할지, 유예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당국과 KSSB 관계자는 현재까지 관련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ESG 공시 기준 적용을 두고 당국의 고민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영국·호주 정도가 2025년께 ISSB의 ESG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 국가들이 적용한다고 해도 우리 정부는 좀 더 신중히 관망하겠다는 입장으로, 미국·일본·중국 등 한국의 주력 수출 국가들이 ESG 공시를 도입하기 전에 섣불리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로 안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백태영 ISSB 위원은 6일 열린 ISSB 최근 동향 기자 간담회에서 “ESG 공시는 외면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적응하는 게 낫고 한국 당국도 도입을 늦추기보다는 빠르게 시행하는 게 외국자본 투자 유치 등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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