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출판 정치’로 활동을 재개했다. 양당의 최연소 대표였으나 당원권 정지와 당 대표 출마 불허 등으로 ‘토사구팽’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이들이 책 출간으로 정치 행보를 본격화한 모습이다. 기존 정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는 적극적 소통을 통해 청년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져갈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다음 달 2일 ‘거부할 수 없는 미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 책에는 이 전 대표가 지난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뒤 지역을 돌며 당원들과 대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간의 정치 활동, 당의 전략 등에 대해 쓴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출간 이후 각지를 돌며 독자와의 만남을 기획하고 있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이번 출판은 향후 정계 복귀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후 구성될 새 지도부의 역할을 규정하고 총선 전 입지 마련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SBS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해 “전당대회에 원래 끼면 안 되는 분, 대통령이 등장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의 후원회장도 맡았다.
이 전 대표의 공개 행보가 유승민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로 흩어진 비윤계 지지층 표를 결집시키는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유 전 의원이 불출마한 상황 속에서 이 전 대표의 활동 재개가 비윤계에게 ‘사인’을 줄 수 있다”며 “전당대회 국면에서는 비윤계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결집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도 지난달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을 출간해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밝혔다. 책에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과정, 당 대표 출마 좌절 등 박 전 위원장의 경험이 세세하게 담겼다. 그는 서울경제에 이번 출간에 대해 “정치인 박지현이 정치인으로서 국민을 향한 약속과 포부를 밝히는 첫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기득권 엘리트 집단이 만들어놓은 암묵적 규칙을 몸소 경험했다”며 “이를 적합한 룰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직접 주체가 돼 요구하고 행동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역 곳곳을 방문해 메시지를 내며 정치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는 9일 서울에서 진행된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586 용퇴론’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정치권이 한판 크게 물갈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욱·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청년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박 전 위원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최 평론가는 “박 전 위원장에게는 ‘반란 정치’의 이미지가 있다”며 “현재 민주당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문제가 존재하는 가운데 청년 정치를 이끌어갈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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