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풍선’이 발견돼 미국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틀 후인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F-22 전투기를 출격시켜 풍선을 격추하게 했다. 당시 풍선은 고도 20㎞ 상공에 있었다. 물론 중국은 이 풍선이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기구이고 우발적으로 미 영공에 진입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 갈등은 심화할 국면이다.
22년 전인 2001년 4월 1일에는 중국 영공에 미군의 정찰기가 등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중국 해군은 제트기를 출격시켜 미군 정찰기를 제지하려 했고 이 와중에 충돌이 발생해 중국 전투기는 추락하고 미군 정찰기는 하이난섬에 불시착했다. 당시 미군 정찰기는 중국 영토인 하이난섬 동남쪽 60해리(110㎞) 떨어진 지점을 비행 중이었고 ‘일상적인 정찰 업무’였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 사건과 추락 전투기에 탑승한 중국인 조종사에 대해 애도를 담은 신중한 성명을 발표했고 중국 역시 24명의 미군을 11일 만에 석방해줬다.
이 사건은 7㎞ 상공에서 벌어졌다. ‘정찰풍선’이 20㎞ 상공에 떠 있던 것보다는 훨씬 아래쪽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두 사건 모두 하늘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했지만 주목받은 것은 그 아래의 바다와 육지였다. 비행 물체가 날아다닐 수 있는 공간은 법으로 완벽하게 합의된 것이 아니며 대부분 해양협약이나 국제법의 관행을 따르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의 바다와 하늘은 라틴어 법정 용어로 ‘테라 눌리우스(terra nullius)’, 즉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땅’이었다. 1494년 교황이 주도한 토르데시야스조약으로 지구의 땅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양분한 이래 ‘테라 눌리우스’였던 바다에 대한 패권국들의 경쟁이 시작됐다. 이후 영해(領海)와 공해(公海)의 구분이 생겨났고 영공(領空)에 대한 권리는 사실상 영해 개념과 연동돼 있다. 영토에 대한 분쟁이 영해와 영공으로 확산하는 것을 보면 곧 우주라는 ‘테라 눌리우스’에 대한 분쟁도 시작될 것임이 불안하게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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