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가 벌이는 ‘챗GPT 경쟁’에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높은 정확성과 최신성은 물론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를 앞세운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챗GPT에 대항할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에 시범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인간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AI) 챗GPT가 세계적 인기를 얻고 검색 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네이버를 포함한 검색 포털 업체들도 자사가 보유한 AI 기술을 앞세워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생성(generative) AI’와 같은 새로운 검색 트렌드에 대응하겠다”며 “상반기에 네이버만의 ‘서치(검색)GPT’를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우선 포털과 별도의 서비스로 서치GPT를 베타(시범) 출시한다. 성능 고도화 과정을 거친 후 포털 내 도입과 검색, 커머스(상거래) 등 기존 사업과의 연계도 검토하기로 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정식 출시 후 서치GPT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검색 포털과 연계해 이용자의 질문에 가장 신뢰도 높은 출처와 정보를 제시할 예정이다.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검색(네이버쇼핑) 및 오픈마켓(스마트스토어)과 연계해 ‘노트북을 싸게 사는 법’처럼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도 자연스러운 상품 추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어콜 같은 네이버클라우드의 챗봇, 음성 대화 서비스에도 접목해 품질과 수익성을 키우는 방안도 검토된다.
서치GPT는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로는 국내 최초인 하이퍼클로바의 규모는 매개변수(두뇌의 시냅스 역할) 기준 2040억 개를 자랑한다. GPT3.5(챗GPT의 기반 모델)의 옛 버전인 GPT3은 1750억 개다.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챗GPT 같은 영어 모델과 비교해 경쟁 우위 요소를 가졌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이용자 데이터와 네이버의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기존 (챗GPT를 포함한) 생성 AI의 단점으로 꼽히는 신뢰성(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과 최신성(최신의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 부족,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확성 저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생성 AI는 텍스트·이미지 등 데이터를 학습한 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AI다. 이 중 챗GPT처럼 대량의 텍스트를 학습해 인간 수준의 대화를 구사하고 논문 작성까지 가능한 대화형(챗봇)은 검색 포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2조 원을 투자한 MS를 시작으로 구글·바이두, 이제는 네이버까지 이 기술 경쟁에 나선 배경이다. 최 대표는 “챗GPT가 검색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며 “다만 아직은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장은 검색 신기술 연구개발(R&D)의 목적으로 서치GPT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치GPT는 네이버가 점찍은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다. 네이버는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했다. 이날 잠정 집계해 발표한 지난해 연간 실적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이 전년(2021년) 대비 20.6% 늘어난 8조 2201억 원으로 견조한 성장을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 줄어든 1조 3047억 원으로 역성장했다.
이를 위해 검색·디스플레이 광고 신상품 출시, 개방형 익명 채팅방 ‘오픈톡’ 서비스 확대 등 커뮤니티 기능 강화, ‘도착 보장’ 등 커머스 신상품 출시와 수수료 인상, 미국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웹툰 유료 이용자 확대, 클라우드 조직 개편을 통한 기업간거래(B2B) 강화 같은 성장 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사업들의 구심점인 검색 포털의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는 중장기 전략에 서치GPT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미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검색 엔진에 확대 적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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