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기업들이 지난해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일명 '신명품'으로 불리는 수입 패션이 인기를 끈 데다 지난해 말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겨울 의류 판매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매출이 증가한 효과다. 다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소비심리 둔화에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물산(028260) 패션은 지난해 매출이 2조 10억 원으로 사상 첫 2조 원을 넘겼다고 1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0억 원에서 1800억 원으로 80% 늘었다. 삼성물산·LF·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코오롱FnC 등 국내 5대 패션 기업 중 연 매출 '2조 클럽'이 탄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온라인 및 신명품뿐 아니라 빈폴과 남성·여성복, 에잇세컨즈 등 전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 수 이상 신장했다"고 말했다.
F&F(383220)도 이날 지난해 매출이 1조 80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도 62% 급증한 5224억 원을 기록했다. 대표 패션인 'MLB'가 중국의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인지도를 앞세워 연간 판매액 1조 원을 넘긴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실적 발표를 앞둔 LF와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코오롱FnC 등도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F 역시 삼성물산 패션에 이어 연 매출 2조 클럽에 진입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1조 7931억 원이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따뜻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자 패션 업계에서는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4분기는 가격이 비싼 패딩이 많이 팔려 연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성수기로 꼽히는데, 날씨 탓에 판매량이 저조하면 한 해 장사를 공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두꺼운 헤비 다운 판매가 주춤한 대신 코트류와 경량패딩이 많이 팔려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부터 국내 패션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는 다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의류 판매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지출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 항목 중 의류비는 91로 전월의 93보다 더 떨어졌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의류를 구매할 의향이 없다는 의미다. 이에 쿠폰 증정과 기획전 등 프로모션 비용이 증가하면서 주요 패션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 신장률은 1~3%에 그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지난해 신장률은 10~3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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