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낸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에 또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수요 부진으로 영업매출이 전년 대비 12.5% 급감했으나 중소형 OLED 증설 등 연 5조 원을 웃도는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큰 탓이다. 실적 악화가 몇 년 째 지속되면서 불과 3년 전 'AA+'를 넘보던 회사의 신용등급은 'A+'를 수성하기도 어렵게 됐다.
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LG디스플레이의 2022년 잠정실적(연결기준)에 대해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 개선 가능성을 검토해 신용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6조151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29조8780억 원) 대비 12.5% 감소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방 수요가 급감하면서 LCD 패널 판가가 하락한 가운데 출하량마저 줄어든 영향이 컸다. 대형 OLED와 관련된 약 1조3000억 원 규모 유무형자산 손상차손까지 인식하면서 연간 당기순손실은 3조1956억 원으로 불어났다.
영업현금이 줄어들자 회사는 차입금을 늘렸다. 중소형 OLED 증설 등 연간 설비 투자 규모만 그간 연 5조 원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순차입금은 11조4000억 원으로 전년 8조5000억 원 대비 약 3조 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58.5%에서 215.3%로 치솟았으며 총자산 대비 차입금 의존도는 33.4%에서 42%로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은 3년 전인 2020년까지만 해도 우량등급인 'AA+'를 넘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 패널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리면서 LCD TV 패널 판가가 크게 하락하고, 이에 따른 대응으로 OLED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당시 회사의 신용등급은 'AA'에서 'AA-'로, 'AA-'에서 'A+'로 1년 만에 두 단계나 떨어졌는데 이같은 사례는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는 2015년 대우조선해양이 유일했다.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9일 770억 원, 26일 2600억 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공개모집을 통해 넉넉한 투자수요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발행금리도 △2년물 7.2% △3년물 7.25% 수준까지 치솟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현금이 줄어든 가운데 경쟁력 유지를 위한 시설 투자가 이어지면서 차입금이 불어나 재무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며 "신용 위험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많아 수요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활용해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1900억 원 회사채를 상환할 계획이다.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은 한 층 높아졌다. 2018년 연 2.948%에 발행한 회사채를 이번에 7% 대 금리로 차환하면서 연 4%포인트가 더 넘는 이자를 부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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