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지난해 12월 IBK저축은행·IBK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신규 여신 지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지주회사들이 주력 자회사인 은행을 통해 자금 지원을 해주는 흐름에서 기업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레고랜드 사태로 경색됐던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지만 올해 경기 불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유동성 문제가 재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금융 업권 중 카드·캐피털 등이 올해 금리·유동성·건전성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금리 상승은 증권·캐피털·신용카드·저축은행 업권 등 금융 계열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건전성 문제는 증권·캐피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취약차주가 많은 신용카드 업권은 금융 업권 중 유일하게 가계부채 리스크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꼽혔다.
이 같은 전망은 앞서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상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불안까지 겹치며 카드·캐피털 등 비은행 회사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예고됐다. 자금 시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에도 연말 연초 은행들이 자회사에 자금 지원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IBK투자증권·IBK캐피탈·IBK저축은행에 신규 여신을 지원했다. 이달 9일 공시에 따르면 IBK캐피탈은 신용공여 한도를 2000억 원 더 늘렸다. IBK저축은행은 1000억 원, IBK투자증권은 3000억 원의 한도를 추가 신설했다. 이는 자금 유동성을 해당 규모만큼 늘리는 방식으로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확대한 것과 같다. 기업은행 측은 “(신규 여신 지원 후) IBK투자증권만 300억 원가량 사용했다”며 “지난해 말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초 신한투자증권·신한카드·신한캐피탈·제주은행·신한라이프생명보험 등에 기존에 나갔던 각종 당좌대출·외화대출·일반대출 등의 신용공여 만기를 일제히 연장했다. 지난해 말에는 신한은행이 신한카드·신한캐피탈·신한라이프생명보험 등 자회사에 총 9000억 원 규모의 일반자금대출 및 당좌대출을 진행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KB생명보험의 당좌대출 신용공여 한도를 기존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늘렸다.
문제는 한신평의 전망대로 올해도 비은행 계열사의 자금난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여전채(AA+등급·3년물)의 금리는 13일 기준 4.766%로 레고랜드 사태 당시 6%를 넘었던 데 비하면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카드·캐피털 등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부동산 PF 리스크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은행으로서는 가뜩이나 각종 정책금융 지원에 활용되는 데 이어 자금 지원이 추가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계열사라고 해서 금리를 더 우대해주기 어려운 점 등 큰 혜택이 없지만 그만큼 비은행 계열사들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올해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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