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자사 온라인몰 띄우기에 화력을 모으고 있다. 자사몰이 e커머스에 밀려 존재감이 희미한 상태가 이어지면 고객 충성도는 물론 판매 채널과의 협상력이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는 절박감에서다. 매년 유통사와 식품업체 사이에 벌어진 납품단가 갈등이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고 언제든지 더 크게 터질 수 있는 만큼 자체 온라인 판매망을 최대한 키워둬야 한다는 분위기가 업계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오픈한 농심(004370)의 자사몰 ‘농심몰’의 회원 가입자 수는 최근 3개월간 월 평균 216%가량 늘었다. 지난해 11월은 전월대비 340% 늘었고, 12월은 167%, 올 1월은 이날 현재까지 전월보다 140%가량 증가했다. 젊은 고객을 겨냥한 ‘농꾸(농심 꾸미기)’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며 가입자를 불러모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농꾸는 농심 대표 상품인 ‘너구리 컵라면’과 ‘닭다리 스낵’ 패키지에 원하는 사진과 문구를 넣어주는 것으로, 지금까지 1만 4000건이 접수됐다.
CJ제일제당(097950)도 자사몰 ‘CJ더마켓’을 키우는데 한창이다. 지난해 9월말 시범 도입한 익일배송 ‘내일도착’ 서비스 취급 품목을 계속 늘리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협업해 출시한 ‘마이(My) 큐커 플랜’을 통해 신규 가입자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더마켓에서 My 큐커 플랜에 가입하면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 토스터 기능을 모두 갖춘 ‘4-in-1’ 조리기기인 ‘비스포크 큐커’를 정가의 10분의 1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CJ더마켓에서 2년간 월마다 일정금액을 이상을 구매하는 조건이다. CJ제일제당은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비스포크 큐커 전용 레시피로 개발해 선보이기도 한다. 이에 CJ더마켓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가량 늘었다.
업계는 유통 환경 변화 속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이자 마지막 보루로 자사몰을 꼽는다. 온라인 쇼핑 확대와 이에 따른 관련 유통사의 입김이 세지면서 제조사인 식품사 운신의 폭은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자사몰이 활성화돼야 온라인상에서 제품 가격을 주도할 힘이 생기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식음료 업체의 온라인 매출 중 자사몰 비중은 10~20%”라며 “마냥 손 놓고 있으면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자사몰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차별화된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강화하면서 자사몰 고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오리온(271560)은 이달 초 자사 생수브랜드 ‘닥터유 제주용암수’의 자사몰 앱을 리뉴얼 오픈했다. 온라인 구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멤버십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정기배송 고객에게는 구매금액의 최대 10%까지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칠성(005300)음료의 ‘칠성몰’은 갓 생산한 제품을 배송해 주는 싱싱마켓 서비스, 건강에 신경 쓰는 고객을 위해 제로탄산 음료 등을 희망하는 주기에 맞춰 제공하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칠성몰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은 연 평균 59.9% 증가했다.
hy의 프레딧은 자사몰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자사 제품 뿐만 아니라 제휴를 맺은 기업들의 제품까지 갖춰 취급 상품수(SKU)가 1300여종에 달하며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송해준다. 2020년 12월 론칭 당시 65만 명이었던 회원 수는 현재 12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11월 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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