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케이는 2일 ‘2023년은 인도가 미중과 함께 세계 3극으로 떠오른 해로 기억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미국과 중국의 탈동조화 속 경제 블록화에 나선 미국도, 우군 확보에 적극적인 중국도 인도와의 밀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를 증명하듯 세계 주요 국제기구에서 인도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9일 외교·통상 당국에 따르면 인도는 올해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의장국을 맡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주도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회원국인 동시에 중국·러시아가 함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브릭스(BRICS)의 창립 멤버다. 출범 초기 단계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여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세계 각국이 치열한 패권 경쟁을 펼치는 와중에 인도의 이런 행보는 더 눈에 띈다.
국익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인도의 ‘마이웨이 외교’는 경제 분야에서도 유효하다. 수출 길이 막힌 러시아 가스를 싼값으로 들여와 중국에서 빠져나온 공장에 공급하는 식으로 인도는 ‘세계의 엔진’이 될 준비를 마쳤다. 2024년 총선을 앞둔 모디 정부가 G20과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중재자’로서의 리더십 과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을 통한 기후 문제 해결과 경기 침체 극복을 의제로 제시하고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막후 조율 가능성도 언급된다.
한국은 그동안 여러 이유로 인도에 대한 관심과 투자 진출이 부족했다. 일본과 인도는 2005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지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양국을 오가며 양자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연례 정상회담은커녕 대통령 임기 중 1회 만나는 정도가 전부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인도 관계의 재평가와 앞으로 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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