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15조 원 규모의 대출 보증을 공급하고 공공기관은 미분양 PF의 신용을 보강할 방침이다. 아울러 만기가 짧은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만기가 긴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자 보증 상품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 정보 포털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PF ABCP 규모는 약 17조 원(유동화사채 포함)에 이른다. 2월과 3월에도 각각 10조 원, 5조 원 규모의 PF ABCP 만기가 도래한다. 1~2월에 PF ABCP의 만기가 몰리는 것은 지난해 10~11월 신용 경색이 극심해지자 보통 3~6개월인 PF ABCP 만기를 1~2개월로 줄여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부동산 PF 연착륙 프로그램 가동에 돌입했다. PF 사업자 보증의 경우 착공 전 우량 사업장에 투입된 브리지론이 본 PF로 정상 전환되게끔 올 한 해 총 10조 원의 보증을 공급할 계획이다. 건설사나 시행사들은 착공 전에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높은 금리로 브리지론을 받아 부지 매입 등 초기 비용을 충당한 뒤 공사가 시작돼 사업성을 인정받으면 낮은 금리의 본 PF로 갈아탄다.
아울러 정부는 단기 PF ABCP를 장기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자 보증을 신설할 예정이다. 속출하고 있는 미분양 사태가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5조 원 규모의 미분양 PF 보증도 이달 내에 조기 시행한다.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사들였다가 준공 후 임대 등의 방식으로 다시 시장에 풀어놓는 수단도 열어놨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악성 재고에 해당하는) 미분양 주택까지 매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구축 거래 및 신축 분양 시장의 하단을 지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매입할 미분양 주택의 지역·가격 등 세부 기준을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속도감 있게 실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 수장들은 연초부터 PF 시장 안정화를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자칫 불안 요인이 나타날 경우 자금 시장에 퍼진 온기가 다시 식을 수 있는 데다 지방 건설사들도 흑자 도산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건실한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금융기관들이) 경제 혈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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