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이동 수단), 헬스테크, 웹 3.0, 메타버스 등 인간의 삶을 바꿀 최첨단 기술을 총망라하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이 5~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CES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로 출발했다가 최근 융합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인공지능(AI)·이동통신·반도체·로봇·주율주행 기술 등을 포괄하는 전시회가 됐다. 특히 이번 CES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화된다는 점에서 세계인의 시선을 끌고 있다.
3일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CES에는 지난해 불참했던 구글·아마존·소니 등 글로벌 대표 IT 기업을 비롯해 전 세계 170여 국의 2400여 개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스타트업 등을 더하면 3000곳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CTA는 지난해보다 40%나 많은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서도 미국 다음으로 많은 55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첨단기술의 향연을 펼친다. 삼성전자는 ‘초연결 시대’를 부각시키며 비스포크 AI 세탁기·건조기,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 기반 서비스 등 혁신 제품을 대거 내놓기로 했다. SK그룹은 전시회를 직접 찾는 최태원 회장의 지휘로 계열사 8곳, 현지 협력사 10곳과 공동 부스를 차리고 친환경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역대 최대 규모의 공간을 마련하고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콘셉트의 모델 ‘엠비전 TO’ ‘엠비전 HI’를 처음 공개한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진화한 올레드 TV와 전장 기술을 각각 소개한다. 롯데그룹은 메타버스, 헬스케어 통합 플랫폼 기술 등을 전시하고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직접 HD현대그룹의 미래 해양 기술을 설명하기로 했다.
올해 CES의 전시 슬로건은 ‘비 인 잇(Be in It·빠져들라)’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의 리사 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 등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미국의 존 메이 존디어 CEO도 농기계 업체 대표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한다.
◇기조연설·콘퍼런스로 본 트렌드…'초연결 신기술' 대향연
CES 2023의 올해 기조연설자는 ‘농기계’ 제조사 대표다. 첨단 IT 기업들의 기술 경연장인 CES에서 농기계 분야 인사가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IT가 가전·모바일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산업 분야 곳곳에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몇 년 새 전자 기술 융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자동차 산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도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최신 기술 트렌드와 회사의 전략을 알릴 계획이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친환경 선박과 오션 모빌리티 혁신 비전을 발표한다.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일(현지 시간)부터 열리는 CES 2023 기조연설 무대에는 미국 농기계 전문 제조사 존디어의 회장 겸 CEO 존 메이가 오른다. CES 개최 55년 이래 농기계 회사가 기조연설에 참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메이 CEO가 기조연설자로 초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세계시장에서 불고 있는 애그리테크(AgriTech·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열풍 때문이다. 오늘날 농업 분야에서는 인류가 당면한 식량난·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존디어는 이 분야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로 자율주행 농업용 트랙터를 개발하는 등 세계 농업 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농슬라(농업계의 테슬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메이 CEO는 이번 CES에서 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농업 혁신 사례를 소개한다. 또 다양한 산업군에 이 기술을 응용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CES 전시회에는 300개 이상의 자동차 분야 기업들이 참가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모빌리티 전시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조연설에서도 완성차 업체 CEO가 두 명이나 참석하면서 차량과 IT 간 융·복합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알린다.
4일(현지 시간) 저녁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의 기조연설에서는 모빌리티의 미래가 현실과 가상세계를 융합할 수 있는지 설명하면서 BMW의 궁극적인 ‘디지털 드라이빙 머신’ 비전을 제시한다. 별도의 조작 없이 음성 비서를 통해 차량을 조작하는 기술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설립된 다국적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CEO 역시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한다. 스텔란티스는 이번 CES에서 랩 1500 레볼루션이라는 순수 전기트럭을 선보일 계획이다. 타바르스 CEO는 “스텔란티스는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최첨단 모빌리티 기술력을 방문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며 “우리의 소프트웨어가 어떤 방식으로 이동을 더 쉽고 안전하게 만들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 중 하나인 AMD의 수장 리사 수 CEO도 4일 CES 기조연설에 나선다. 그는 차세대 AI와 게이밍 기술 지원을 위한 AMD의 고성능 컴퓨팅 솔루션, 모빌리티·메타버스·디지털헬스에 응용할 수 있는 AMD의 혁신 비전을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표 IT 기업들도 기술 비전을 공개한다. 지난해 CES 전시회 기조연설자였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삼성전자가 개최하는 프레스 콘퍼런스 대표 연설자로 나선다. 한 부회장은 4일 열리는 이 콘퍼런스에서 모두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삼성전자 비전과 최신 기술을 소개할 방침이다. 이 회의는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생중계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4일 LG전자 프레스 콘퍼런스 ‘LG 월드 프리미어’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다. 조 사장은 ‘고객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의미의 ‘라이프스 굿(Life's Good)’을 주제로 회사의 혁신과 미래 비전을 소개한다. LG전자는 출시 10주년을 맞은 LG 올레드 TV와 구매 후에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가전 패러다임 등 혁신 솔루션을 CES 2023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
한편 CES 전시회가 열리는 5~8일에는 기조연설과 국내 대표 기업의 콘퍼런스 외에도 750명의 연사가 200개 이상 행사에서 디지털전환(DX)과 IT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관심이 집중됐던 자율주행차·메타버스·AI·반도체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웹3 등이 만드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과 관련한 다양한 시도에 대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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