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을 맞아 재계의 토끼띠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토끼띠는 온화한 성품을 가졌지만 특유의 통찰력으로 주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특유의 기지로 위기 극복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토끼띠 재계 총수로는 HD현대그룹 총수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과 구본준 LX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정 이사장과 구 회장은 1951년생, 서 회장은 1963년생이다. 오너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1975년생으로 토끼띠다.
전문경영인으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대표적인 1963년생 토끼띠다. 경 사장은 반도체 불황의 와중에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양대 시장인 D램·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도 대만 TSMC를 따라잡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발굴과 사업 효율화에 밝은 박 부회장은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맏어른 격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겸 CJ제일제당 대표와 권오갑 HD현대 회장도 각각 1939년생, 1951년생 토끼띠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이 하나가 돼 위기의 파고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회장도 신년사에서 “원가 절감 계획이 계획에만 그치지 않도록 분기 단위로 (각사 대표들이) 점검해주기 바란다”고 밝히며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냈다.
유통 업계에서는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과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이 대표적인 1963년생 토끼띠다. 김 부회장은 외부에서 합류한 인사로 롯데를 다시 유통 1번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LG그룹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 사장은 생활용품부터 음료까지 LG생활건강의 모든 사업부를 경험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권에서는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현 하나생명보험 대표)와 안감찬 부산은행장이 1963년생이다. 이 내정자는 2015년 외환은행 합병 이후 하나은행 사상 최초로 외환은행 출신 은행장에 오르는 인물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이, 카드 업권에서는 정완규 여신협회 회장과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등이 토끼띠 CEO다. 김 부회장이 합류한 2015년 이래 메리츠화재는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지난해 3분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1963년생이다. 지난해 국민 서비스 카카오톡 장애로 홍역을 치른 홍 대표는 올해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 신뢰 회복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데이터센터 구축 등 서비스 안정성 강화와 이용자 피해 보상 약속을 이행하는 데 집중하고 오픈링크(오픈채팅 독립 앱) 출시 등을 통한 실적 개선도 꾀한다.
제약·바이오 기업에서는 업계 최고 어른인 1927년생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이 눈에 띈다. 고(故)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맏아들로 1959년 동아제약 입사 이후 1975년 사장, 1981년 회장에 올랐다. 현재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1963년생인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삼성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이끌고 있어 신약 개발 전략에 이목이 쏠린다. 1987년생으로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이 있다.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과 함께 ‘2세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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