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섬유·석유화학 계열사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이 보유한 흥국화재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행동주의 주주 영향으로 자금 지원이 막히면서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태광산업은 28일 흥국생명으로부터 흥국화재 보통주 1270만 7028주(19.5%)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취득 금액은 492억 5200만 원이다. 최대주주 흥국생명에 이어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이 보유한 흥국화재 지분은 기존 19.63%에서 39.13%로 확대됐다.
태광산업 측은 “최근 주식시장 하락으로 저평가된 흥국화재 보유 지분을 늘려 향후 주가 반등 시 지분 가치 상승과 지분법 이익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지분법 이익 증가 등 향후 기대되는 투자 이익을 반영해 흥국화재 지분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자금 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여부 등에 대해서도 법률적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태광산업은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흥국생명에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흥국생명은 신종 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등에 따른 자본 확충을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로부터 총 2300억 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수혈 받기로 했다. 태광산업은 당초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 당시 대주주를 위해 다수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주주들의 비판이 나오자 지원안을 ‘백지화’한 것이다. 당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보낸 서한을 통해 “최근 흥국생명의 유동성 리스크에 따라 흥국생명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는 흥국생명의 주주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유증 참여는 대주주가 독식하고 위기 상황만 소수 주주와 공유하겠다는 발상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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