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가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LG전자가 연구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한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불황이 이어가는 가운데 감산 대신 다음 성수기를 도모하기 위해 R&D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4일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홈앤어플라이언스(H&A·가전)사업본부 내 연구센터에 있었던 파괴적기술혁신(DTI) 연구소를 ‘기반기술연구소’로 재편했다. 신사업 선행 기술은 물론 혁신의 토대가 되는 기반 기술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센터 산하에 있던 기술전략실은 ‘기술전략담당’으로 격상했다. LG전자 조직은 크게 ‘팀→실→담당→센터’ 체계로 운영된다. 기술전략‘실’을 기술전략‘담당’으로 승격시킨 것은 그만큼 LG전자가 차세대 가전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H&A사업본부는 지난 임원 인사에서 오재윤 상무를 이번에 신설한 전력전자·제어연구소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CTO 산하로 운영하던 각종 연구 센터들도 유연하게 바꿨다. LG전자는 CTO 산하에 있던 정보통신기술(ICT)기술센터, 소재기술센터를 폐지했다. 이곳에서 연구하던 과제들은 각 사업 부문에서 직속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사업부와 R&D 조직 간 활발한 소통과 속도감 있는 기술 개발을 모색한 결과로 해석된다.
CTO 산하에 있던 차세대디스플레이연구소는 ‘소자재료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기존과 역할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LG 주력 제품인 올레드 TV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자 고도화, 첨단 재료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CTO 산하에는 표준 특허 사업 가속화를 위한 ‘지식재산권(IP) 사업개발담당’을 신설했다. 6세대(6G) 통신, 양자컴퓨팅 등 회사가 선점을 노리는 차세대 기술 분야의 특허를 관리하는 조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고인사책임자(CHO) 산하에는 ‘인재확보담당’을 신설했다. 외부에 있는 기술 인재 영입에 공을 들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LG전자가 이번 인사에서 R&D 조직 개편에 방점을 찍은 것은 다가올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차세대 기술과 신사업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 7466억 원으로 증권 업계의 전망치(8300억 원)를 하회했다. 금리·물가 상승과 원자재 값 및 물류비 폭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악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다음 성수기를 도모하는 R&D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전자는 올해 3분기 내 전년 동기(8870억 원)보다 12.08% 증가한 9942억 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LG그룹 총수인 구광모 회장의 미래 준비 기조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6월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LG화학 R&D 연구소에서 “목표하는 이미지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R&D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해가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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