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탭 시리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습니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구형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미 판매 중인 제품 가격을 갑자기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높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안드로이드 탭 매니아들의 불만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판매 부진과 부품 수급난을 이유로 갤럭시탭 신제품 출시를 미뤄 놓고, 기존 제품 가격을 올린 탓입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일부터 갤럭시탭 시리즈 가격을 3만8500~22만 원 인상했습니다. 인상폭은 갤럭시탭A7·A8 3만8500원, 갤럭시탭S6 7만7000원, 갤럭시탭S7 11만 원, 갤럭시탭S8 기본형·플러스 14만9600원, 갤럭시탭S8 울트라가 22만 원입니다.
삼성전자 태블릿 라인업 중 최고가인 갤럭시탭S8 울트라 5G 512GB(기가바이트) 모델은 기존 190만8500원에서 212만8500원이 됐습니다. 최근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12GB가 셀룰러 241만9000원, 와이파이 전용 217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아이패드 프로와 비슷한 가격대인 셈입니다. 신형 아이패드 프로가 맥북에 사용하는 고성능 M2 칩셋을 탑재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가격대 성능비가 상당히 좋지 않아 보입니다.
IT기기 시장에서 기존 판매 중인 제품 가격이 갑자기 인상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물량이 부족해 품절대란이 벌어지는 경우 중간 유통망에서 가격을 올려 파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출고가 자체가 인상되는 사례는 찾기 힘들죠.
삼성전자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가장 유력한 원인은 가파르게 오른 ‘환율’입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는 갤럭시탭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오른 국가들은 한국을 포함해 주요 환 약세를 보이는 국가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强) 달러가 지속된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입니다. 높은 환율과 복잡한 국제 정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도 가격 인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당장 중국의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류비 상승만해도 모든 IT 기업들에게 큰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아쉽습니다. 사실 갤럭시탭 시리즈는 가격 경쟁력에서 여타 중저가 중국산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밀리는 중입니다. 성능면에서는 높은 모바일AP 성능을 앞세운 애플 아이패드 시리즈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죠. ‘끼인 처지’인 갤럭시탭이 가격까지 오른다면 그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신형 갤럭시탭S9 출시를 미루고 기존 제품 가격은 올렸다는 점 또한 아쉬운 마음을 짙게 합니다. 삼성전자는 부품 수급과 불투명한 수요 전망에 갤럭시탭S9 출시 시점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T 매니아들이 기대하던 신제품은 소식이 들리지 않고, 구형 가격만 오른 꼴입니다.
삼성전자가 태블릿 시장에 ‘진심’이라면 조금 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1위 애플의 벽이 공고하긴 하지만, 이대로는 2위 수성도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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