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2월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4개월 만에 13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이 일부 지역에서 제로 코로나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시장에서 위험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원 10전 내린 1299원 7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8월 12일(1299원 30전)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시장에서의 낙폭을 반영해 전 거래일보다 17원 80전 내린 1301원으로 출발한 뒤 1294원 60전까지 하락 폭을 확대했다. 장중 가격 기준으로는 7월 5일(1294원) 이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위기 국면으로 여겨졌던 1400원에 이어 1300원마저 벗어나면서 고환율 압력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원화 가치는 이날 8개월 연속 무역적자 발표나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50bp(1bp=0.01%포인트) 이상 확대될 수 있다는 악재에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발언을 내놓아도 환율이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뿐 아니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기대감 등으로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환율은 지난달 4일(1419원 20전)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120원 이상 떨어진 상태다.
다만 중국이 일부 지역에서 봉쇄를 완화하고 있지만 방역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았다고 보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전면적인 위드 코로나 진입과 이로 인한 위안화 반등은 내년 초에나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대로 이달 13~14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0.50%포인트 인상에 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환율이 하루에도 1% 넘게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일부 완화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추가적인 방역 완화 일정이나 경기 부양책이 나올지 등에 따라 환율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려면 국내 자금시장 경색 문제도 어떻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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