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상장폐지를 두고 위메이드와 업비트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부 암호화폐의 유통량이 뒤늦게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는 투자자 정보 제공 차원에서 수정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유통량 문제가 불거진 만큼 관리감독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유통량 관련 명확한 지침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위믹스가 상장폐지된 이후 일부 코인 프로젝트에서도 유통량을 두고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업비트에 상장된 아이큐(IQ), 엔진(ENJ)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프로젝트들은 각각 지난 24일과 25일에 유통량 계획이 수정됐다. 21일 기준 엔진은 당초 제출했던 유통량 대비 1억 6000만 개, 아이큐는 1억 5700개 가량 초과 유통됐다. 현재는 유통량 계획표가 수정된 상태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업비트가 위믹스 사태 이후 뒤늦게 해당 프로젝트들의 유통량을 수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수정되기 전 유통량이 실제 유통량보다 많았다는 점에서 위믹스와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유통량이 계획보다 더 많이 풀렸을 경우 시세 하락과 직결될 수 있는 데다 위믹스 역시 초과된 유통량이 상장폐지 주요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비트 관계자는 "프로젝트의 요청이 있을 경우 유통량 계획표를 수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통량의 경우 발행주체가 투자자 정보 제공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정 요청이 있을 경우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해당 코인들의 유통량 수정이 위믹스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업비트 관계자는 "위믹스 논란이 있기 전부터 논의돼왔던 사안"이라며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 공지로 내린 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통량 계획표가 제출되지 않은 암호화폐들도 존재한다. 위믹스 사태 이전에는 유통량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탓이다. 이에 대해 업비트는 "지난해 6월 피카프로젝트 유통량 사건 이후 거래지원 요건과 절차를 강화했지만, 그 전에 상장된 경우 유통량 계획표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건 사실"이라며 "투자자 정보 제공을 위해 프로젝트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량이 상장 폐지 여부를 가를 만큼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플랫폼에 의존해 제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업비트는 코인마켓캡, 코인게코 등 투자정보 사이트를 기준으로 유통량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플랫폼들은 중앙화 거래소의 거래량만 반영하기 때문에 탈중앙화거래소(DEX) 물량은 누락돼있다. 프로젝트가 자발적으로 유통량을 공시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통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현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량과 발행토큰의 유통계획은 기업 가치나 투자자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관련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유통량이나 유통계획 변경, 토큰유통으로 확보한 자금에 대한 집행 문제 등 의사결정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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