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정부의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연구 인력 확대에 나섰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장비를 국산화해 ‘반도체 굴기’를 차질 없이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규모 광학 연구기관 ‘중국과학원 상하이광학정밀기계연구소’는 링크드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EUV 광원 설계 경력’ 인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곳은 4월 연구소 홈페이지에서도 EUV 인력을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연구실 내 ‘국가중점실험실’에서 EUV 광원과 노광기 설계를 할 수 있는 석사급 인력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상하이광학연구소의 EUV 노광기 연구 성과도 중국 외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5월 현지 경제 매체 차오롄에서는 연구소가 EUV 노광기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 가능성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상하이광학연구소는 1964년 설립돼 1000여 명의 기술자를 보유한 현지 최대 규모 광학 연구기관이다. 이런 연구소에서 EUV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성과를 내는 것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 개발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이 EUV 반도체 장비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대중 수출 제재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 6월부터 중국에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만든 EUV 노광기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다.
이 장비는 EUV 장비 원천 기술을 보유한 ASML이 독점 공급한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 장비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최첨단 칩 개발 속도가 뒤처질 공산이 크다. 중국 정부는 자국 최대 칩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 등이 대외 갈등으로 타격 입을 것을 우려해 EUV 노광 기술 확보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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