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한국수력원자력과 이집트에서 1조 6000억 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을 따내는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속에 사실상 끊겼던 ‘K원전’ 수출이 약 13년 만에 다시 재개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과 함께 현지시간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엘다바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 증기 발생기 등 주기기 공급 외 해외 원전 건설공사를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한 것은 2차 측(Turbine Island) 공사다. 2차 측은 터빈과 발전기에 관련된 부가 설비를 의미한다.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한 엘다바 원전 사업은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의 자회사 ASE JSC가 2017년 수주했고 회사는 1200㎿(메가와트)급 원전 4기를 카이로 북서쪽 300㎞ 지역에 건설하고 있다.
계약 금액은 11억 5000만 달러로 한화 약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한 최고 금액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2029년까지 원자력발전소 내 터빈 건물, 수처리, 냉방 시설 등 총 82개 구조물을 건설하고 터빈과 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이집트 정부가 요구하는 현지화율을 충족하기 위해 시공·기자재 분야의 현지 기업과 협력 관계도 구축한다. 한수원은 8월 ASE JSC와 엘다바 원전 2차 측 건설 사업 계약을 체결했고 1호기 터빈 건물 공사를 2023년 8월 착수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까지 34기의 원자로와 124기의 증기 발생기를 공급했고 이 가운데 11기의 원자로와 44기의 증기 발생기를 수출했다. 또 한울 원전 1∼6호기, 신고리 원전 3∼6호기 등 국내 10개 원전 건설 공사에도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발목이 잡혔던 원전 수출이 다시 재개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대 원전 업체였던 두산에너빌리티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아래서 심각한 위기를 겪어 왔다. 원자로 11기, 증기발생기 44기 등을 수출했지만 지난 정부 동안 한 번의 수출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가 K원전 회복을 위한 긍정적인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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