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가운데 금융투자 업계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자산관리의 틀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세제가 확정되지 않자 증권사들은 내년 상품 설계·마케팅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가뜩이나 자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까지 겹치며 큰손 고객들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26일 금투 업계에 따르면 여야가 금투세 시행 시기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절세 포트폴리오 상담과 상품 설계·마케팅까지 모두 중지됐다.
대선 전인 올 상반기만 해도 증권사들은 내년 금투세 시행을 염두에 두고 사업 전략을 수립·실행해왔다. 일찌감치 절세 상품 설계, 포트폴리오 구축 등의 마케팅을 활발히 벌여왔다. 각 증권사들은 자산관리사업부 내에 세금센터를 신설하거나 금투세 포털 오픈, 금투세 도입에 따라 상대적으로 절세 효과가 부각되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마케팅 등을 적극 펼쳤다.
그러나 주식양도세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현 정부가 출범되며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절세 마케팅 일체를 중단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야당이 금투세 유예는 ‘부자 감세’라며 원안대로 내년 시행을 주장하면서 혼란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데 정치권이 금투세 시행 시기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투자 불확실성만 높이는 형국”이라며 “세금을 고려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려면 적어도 1~2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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