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협력회의(GCC)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원유 관세 인하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뒀다. 연 10억 달러 규모의 관세 인하를 지렛대 삼아 중동 시장의 무역장벽을 허물겠다는 전략이다.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당국은 우리 측 한·GCC FTA 협상단에 중동산(産) 원유 관세 인하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최근 전했다. 이에 협상단은 관세 자체는 인하하되 매년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조정할지, 유예기간을 두고 특정 시점에 관세를 전면 철폐할지 등 인하 방식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입산 원유에는 3%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GCC에서 수입하는 원유 물량(2021년 기준 363억 달러)을 감안하면 관세 수입은 연간 10억 89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당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당국이 원유 관세 인하 문제 때문에 협상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단계적 관세 인하를 원하는데 GCC 측은 특정 시점에 관세를 즉시 0%로 내리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 6개 산유국들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일종의 관세동맹이다. 정부는 올 초부터 GCC와 FTA 협상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날부터 28일까지 6차 협상이 열린다. 정부는 수입산 원유 관세를 내리는 대신 GCC가 자동차 등 수입 제품에 매기는 관세 인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CC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022년 기준 1.3%)은 크지 않지만 자동차(5%) 등 일부 제조 상품의 GCC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점을 감안했다. 정부 관계자는 “GCC 내 제조업 기반이 부족해 우리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면서 “GCC와 FTA 체결 시 큰 폭의 관세 철폐 효과뿐 아니라 자원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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