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이 기대됐던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또다시 품질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 만에 조 단위의 충당금을 발표한 것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자동차 시장의 과잉 공급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품질 비용까지 터지면서 당분간 주가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목표 주가를 앞다퉈 낮추고 있다. 하나증권은 현대차의 목표 주가를 24만 5000원에서 22만 5000원으로 8.1% 하향했다. 현대차증권은 30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13%, 유진투자증권은 30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10% 낮췄다. 기아 역시 하나증권(10만 원→9만 원)과 현대차증권(13만 원→11만 원), 유진투자증권(12만 5000원→10만 원)이 각각 눈높이를 낮췄다. 다만 투자 의견은 모두 매수를 유지했다.
목표 주가 하향은 막대한 비용이 배경이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관련 비용으로 약 1조 3600억 원을, 기아는 1조 5400억 원의 충당금을 쌓는다고 18일 밝혔다. 세타2는 현대차 쏘나타·투싼·싼타페 및 기아의 K5·쏘렌토·스포티지에 사용되는 대표 엔진이다. 비용을 반영해 하나증권은 올해 현대차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11조 9000억 원에서 10조 6000억 원으로, 기아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8조 7600억 원에서 7조 2200억 원으로 내려잡았다. 엔진 수리 보증의 영향으로 중고차 사용 연한이 길어지고 폐차율이 축소되는 것도 악재로 분석됐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외에도 환율 급등에 따른 추가 비용 반영 등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세타2 엔진 충당금 발표는 경기 침체 여파로 재고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져 주가는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은 17일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게 배경이었다. 삼성증권 역시 현대차 목표 주가를 9.6%, 기아는 8.3% 낮췄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유럽 자동차 생산은 최대 40%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개인들은 최근 1주일 현대차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기아는 상위 종목 4위였다. 현대차는 1152억 원, 기아는 391억 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동시에 이번 충당금 반영이 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대규모 충당금 설정에 따라 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최근 수익성 등을 고려했을 때 장기 성장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와 기아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량이 많이 팔리고 있어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예상보다 양호한 숫자가 나온다면 주가 방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실적 발표는 각각 다음 주 25일과 26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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