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이 업계 최초로 지난해 매출 1조원 벽을 넘어선 데 이어 맞수인 귀뚜라미가 조만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여 올해 보일러업계 ‘빅2’가 나란히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장기화로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보일러 뿐만 아니라 온수기를 더해 사계절 생활필수 가전 이미지를 앞세운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매출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대표적인 내수 산업으로 꼽히던 K보일러가 수출 산업으로 변모해 수출 역군으로 거듭난 것이다.
11일 보일러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창업 이래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올해 매출이 1조3000억 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1조 클럽 가입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액 1조1029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수출 비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비중 가운데 북미 부문(52.77%)이 절반이 넘는다. 이어 국내 35.85%, 러시아 5.25%, 중국 4.32%, 기타 해외(1.81%) 순이다. 해외 부문을 합친 수출 비중은 64.25%이다. 올해 3분기에는 70%에 육박하고 있다. 주력 수출품은 콘덴싱보일러·온수기, 벽걸이형 가스 보일러 등이다.
선제적인 투자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몫했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법인과 동부에 위치한 물류창고를 활용해 늘어난 소비자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물류 대란 등의 변수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시장 점유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2017년까지만 해도 매출액에서 내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며 “세계적인 콘덴싱 기술력을 기반으로 탁월한 효율과 친환경성을 가진 콘덴싱 온수기와 보일러가 해외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귀뚜라미도 2020년 경동나비엔 부회장 출신인 최재범 대표를 선임하면서 북미부터 러시아, 중국 등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반 보일러보다 대당 20만원 정도가 비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와 함께 카본매트(신소재인 탄소열선을 적용한 온열매트)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개척에 올인 중이다.
귀뚜라미 카본매트는 전자파로부터 안전하고 물을 사용하는 기존 온수매트의 누수와 세균, 물 보충 및 제거 등을 개선해 경쟁사와 차별화한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서 인기다. ‘2022년형 귀뚜라미 카본매트’의 매출은 기존 온수매트의 연간 역대 최고 매출의 3배를 넘어설 정도다.
이 같은 시장 공략 덕분에 매출액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019년 5661억 원에서 최 대표가 부임한 첫해인 2020년 9357억 원, 지난해 매출액 9732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조 클럽 가입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북미와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수출이 최근에는동유럽까지 확대돼 보일러와 온수기 수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난방매트와 공조기 등 여러 제품군으로 수출 전략을 다각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보일러 업계의 해외 시장 호실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보일러 뿐만 아니라 온수기와 온수매트 등 사계절 생활가전 이미지와 친환경 콘덴싱 기술력이 더해져 K보일러는 수출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침대 생활에 필수적으로 꼽히고 있는 온수매트의 경우 보일러 업계의 수출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을 탄소 배출량이 큰 국가 중 하나인 중국 역시 정부가 친환경 드라이브를 지속하고 있어 K보일러(온수기) 산업은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콘덴싱 기술력과 시장에서 축적한 소비자 신뢰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