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현시점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이 낮은 4가지 이유 [조지원의 BOK리포트]

달러 유동성 부족 지표 매우 안정적

美 금융시장 영향 없으면 관심 없어

특정 국가만 따로 체결은 연준 부담

금리 올리면서 해외 달러 공급 엇박자

환율 결정하는 외환시장 영향도 없어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경제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책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필요한 경우 ‘유동성 공급장치(liquidity facilities)’를 실행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나 이것만으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끼리 급할 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계약으로 최고 수준의 금융 협력으로 꼽힌다. 통화스와프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필요한 때 언제든 쓸 수 있어 외환보유액과 달리 보유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함께 환율이 급격히 안정을 되찾은 바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에 무게가 점차 실린다. 몇 가지 측면에서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살펴봤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① 글로벌 달러 유동성 부족하지 않아

먼저 한미 통화스와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열쇠를 쥐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연준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의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영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 스위스 등 단 5개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글로벌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 등 9개국과 임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준은 글로벌 달러 유동성을 보고 통화스와프를 체결 여부를 결정한다. 달러 유동성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확인한다.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가 은행 간 대출 금리인 리보(LIBOR)와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 금리인 오버나이트인덱스스와프(OIS)의 차이인 ‘리보·OIS 스프레드’다. OIS는 원금을 떼일 위험이 거의 없어 변동 폭이 매우 작지만, 리보는 단기 자금 시장 사정이 나빠지면 상승한다. 은행 간 자금조달 시장에서 차환 리스크를 보여주는 지표로 확대될수록 달러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월 리보·OIS 스프레드는 7.1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10bp 이하 수준을 이어오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시작된 올해 3월 24.4bp로 일시 반등했으나 다시 10bp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2008년 리먼 사태 직후엔 400bp까지 급등했고, 2020년 3월엔 140bp 안팎으로 확대된 바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리보·OIS 스프레드가 조금씩 변동은 있지만 과거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던 2008년이나 202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상황도 아냐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진다고 연준이 곧바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도 아니다. 연준이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도 결국은 달러 유동성 부족이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를 살펴보면 모두 국제 금융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만큼 미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셈이다.

환율 1400원은 과거 우리나라 경제위기 상황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으로 국내 위기감이 커진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해 미국 금융시장에 영향이 생길 것으로 보긴 힘들다. 1997년 원·달러 환율이 2000원에 육박했을 때 미국은 한국과의 통화스와프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미국은 우리나라의 외환 부족 사태를 통화스와프가 아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외환위기가 미국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 특정 국가만 체결하는 건 연준도 부담

미국이 상설 아닌 임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들은 미국 국채나 금융 상품을 많이 보유한 국가다. 이마저도 한국을 포함해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9개국으로 사실상 정해진 상태다. 해당 국가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 국채를 일제히 팔기 시작하면 미국 시장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동시에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때마다 연준은 미 의회로부터 발권력을 통해 외국을 도와준다는 비판을 받는다. 따라서 특정 국가만을 위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것은 연준으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연준과 따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려면 그만한 반대 급부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한국만 체결했을 땐 우리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맡았던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 교수도 지난 21일 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행사에서 “연준이 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더 많은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한국만을 추가 체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 고강도 긴축인데 달러 공급은 엇박자

또 다른 장애물은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연준은 정책금리를 올해 3월 0.00~0.25%에서 이달 3.00~3.25%로 7개월 만에 3%포인트나 올렸다. 직전 금리 인상기였던 2015~2018년 당시엔 0.00~0.25%에서 2.25~2.50%까지 2.25%포인트 올리기까지 3년 가까이 걸렸다. 경기 위축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올려 긴축을 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달러를 공급하는 건 정책 엇박자가 발생한다. 통화스와프는 결과적으로 시장에 달러가 풀리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준이 한국을 포함한 9개국과 동시에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2020년 3월을 돌이켜보면 당시엔 연준이 정책금리를 0.00~0.25%로 급격히 낮춰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던 때다. 또 양적완화(QE)를 추진할 땐 통화스와프가 추가적인 통화 완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양적긴축(QT)을 할 땐 상반된 효과를 감수해야 한다.

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⑤ 그럼에도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면?

매우 낮은 가능성을 뚫고 한미 통화스와프가 극적으로 체결된다면 환율은 안정될까. 과거 두 차례 사례를 봤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 자체가 일종의 ‘구두개입’ 효과를 내면서 급등했던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통화스와프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한은이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빌려 외국환은행에 공급하는데 이는 외환시장이 아닌 외화자금시장에 영향을 준다. 외환시장은 달러를 사고파는 곳이고 외화자금시장은 달러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곳이다. 통화스와프로 공급되는 달러는 팔 수 없고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환율이 결정되는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이창용 총재 역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화스와프가 있으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영국, 유로존, 캐나다 등 전부 환율이 약세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통화스와프가 유동성 위험이나 신용 위험에 대비는 될지 모르겠지만 통화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같이 절하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